다운타운에서 드레스 샵을 운영하는 김정숙씨. 가사와 자녀교육, 비즈니스 1인 3역을 소화해 내는 이 시대 대표적인 수퍼 맘이다. <서준영 기자>
60~70년대 막노동 희생, 이젠 각계 주역
1908년 3월8일. 미국 내 1만5,000여 여성노동자들이 뉴욕시 럿거스 광장에 모여 선거권과 노동조합결성 자유 쟁취를 위한 시위를 벌였다. 이후 각국 여성지도자들은 매년 3월8일을 ‘세계 여성의 날’로 지정했다.
자신들의 권리를 찾기 위해 궐기한 여성들의 용기와 기상은 98년이 지난 2006년 3월8일 미주 한인 여성들에게도 이어졌다. 가사와 자녀양육, 끊임없는 자아실현 및 자기계발까지. 두 마리 토끼가 모자라 세 마리를 추구하는 ‘맹렬 한인여성’들이 늘고 있다. 60~70년대 말 그대로 먹고살기 위해 미국에 이민 와 식당이나 봉제공장 등 단순업무를 도맡으며 생계를 꾸렸던 한인여성들이 다운타운 자바 의류업계와 금융업계, 부동산 업계 등을 휘어잡는 ‘큰 손’이자 가정에서는 ‘현모양처’ 역할을 톡톡히 소화해 내는 ‘수퍼 맘’으로 거듭난 것이다.
다운타운 월 스트릿에서 남편과 함께 ‘마리아 보리따’ 드레스 샵을 운영하는 김정숙(49·LA)씨는 세 자녀와 남편 뒷바라지, 집안살림은 물론 드레스 샵의 디자이너 역할까지 소화해 내는 이 시대 대표적인 맹렬 한인여성이다. “남들도 다 하는 일인데 뭐가 대단하냐”며 겸손해 하는 김씨는 몸이 지치고 힘들 때도 가정에 대한 사랑과 남편에 대한 신뢰, 자기계발로 인생을 즐기며 소중한 삶을 일구어 간다. 부동산 중개업자 최모(45·토랜스)씨도 아침에는 자녀를 학교에 데려다 준 뒤 일터로 향하며, 퇴근 후에는 남편과 자녀 저녁을 챙겨주는 현모와 양처, 커리어 우먼의 3역을 거뜬히 소화한다.
이 같은 한인 맹렬 여성의 출현은 60~70년대 초기이민 세대 한인 여성들의 희생의 삶을 발판으로 한다. 지난 1968년 미국에 이민 온 유분자 나라사랑 어머니회 서부지회 회장은 “이민초기 한인여성들은 남편과 자녀들을 위한 일방적인 희생을 당연시하며 피동적인 삶을 살아왔으나 어머니 세대의 헌신과 고통을 통해 21세기 여성들은 사회에서도 인정받는 삶을 추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한미여성회의 에스더 김 회장은 “이제는 미주 한인여성들의 경제적 성공을 사회에 환원함으로서 진정한 여성의 능력을 발휘 할 때”라며 21세기 맹렬 한인 여성들의 활약을 기대했다.
김정숙씨는 “이민초기의 한인 여성들은 자기계발이나 자아실현을 자녀 뒷바라지를 마친 후 혹은 돈을 번 후로 미뤄왔다”며 “신세대 한인 여성들은 가사와 자녀교육, 자기계발을 한꺼번에 추구, 그때그때 자기의 인생을 즐긴다”고 귀띔한다.
<홍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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