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서울에서는 한나라당 C 국회의원이 저녁 먹는 자리에서 여기자를 성희롱 했다 하여 떠들썩하다. 그것도 보통 여기자가 아니다. 바로 한나라당 출입 여기자를 성희롱 했으니 ‘간 큰 남자’의 시리즈에 해당되는 해프닝이다.
술에 취했다고 하지만 여기자의 가슴을 만진다는 것은 이성을 잃어도 한참 잃은 헤비급 주책이다. 말썽 나면 정치적으로 매장될 것은 뻔한 일인데 검사 출신이며 국회 법사위원장까지 지낸 사람이 어떻게 그런 종류의 실수를 했는지 이해가 안 된다. 술이 취하면 왜 이런 주책이 나올까.
알콜은 음식물이 아니기 때문에 위의 소화과정을 거치지 않고 20% 정도가 바로 위벽을 통해 피에 흡수된다. 따라서 술을 많이 마시면 혈중 알콜 양이 팽창하게 되고 이 피가 순환과정에서 뇌로 들어가 대뇌피질을 마비시키게 된다. 이렇게 되면 기분 좋아져 처음에는 말이 많아지다가 술이 더 들어가면 마침내 자제력을 잃고 물체도 흐릿하게 보인다. 심하면 필름이 끊어지는 일시 기억상실증이 일어난다.
한국에는 옛날부터 향음주례라 하여 술 마시는 예절을 서당에서 가르쳤다. 이는 세종대왕이 주나라 예법을 바탕으로 만든 6례(관·혼·상·제·상견·음주례) 중 마지막 부분으로 술 마시는 것을 어른에게 드리는 음식에 준하여 예를 갖추게 한 주도다. 향음주례에 따르면 첫째 의복을 단정하게 입을 것, 둘째 자세를 흐트러뜨리지 말 것, 셋째 의젓하게 서고 분명하게 말하며 아니면 침묵할 것 등으로 되어 있다.
술좌석에서 한바퀴 돌리는 것을 한 순배라고 하는데 3잔은 훈훈하고, 5잔은 기분 좋고, 7잔은 흡족하고, 9잔은 지나친 것으로 한국 가정의례에 나와 있다. 따라서 3잔이나 5잔이 이상적이고 9잔은 안 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술좌석에서 유의해야 할 것은 술 먹고 한 실수는 용납되는 것처럼 생각했다가는 나중에 크게 후회한다는 사실이다. 특히 직장의 술 모임에서는 “술좌석이니까 이해한다” 말을 믿지 말라. 대부분의 사원들이 술좌석 매너를 사람 됨됨이와 연결시켜 평가한다. 더구나 윗사람과 술 마실 때는 조심해야 한다. 취중 실수로 앞길이 막히는 수가 있다. 회사나 남을 비난하는 내용은 피하는 것이 좋다. 왜냐하면 자신이 말한 것이 과장되어 전달되는 수도 있지만 어떤 때는 다른 사람이 말했는데 내가 말한 것처럼 누명을 쓰는 경우가 자주 있기 때문이다.
술 마시는 모임은 골프 라운딩이나 비슷하다. 친목을 위한 모임인데 매너가 나쁘면 오히려 정반대의 효과가 일어날 수 있다. 86년 국회 국방위원과 군수뇌 친목모임에서 벌어진 폭탄주 추태사건이 그 예다. 언짢은 감정 표현으로 술잔이 날아가는 소동이 벌어져 결국 육군참모차장이 예편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었다.
요즘은 여성들도 술을 꽤 마신다. 그러나 여성들이 술에 취해 횡설수설하는 것은 정말 보기에 딱하다. 술은 보약도 되지만 독약도 되는 양면의 칼날을 갖고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자제력이 있느냐 없느냐”를 스스로 판단하여 지뢰밭을 미리 피해 가는 현명함이다. 항상 과음이 화를 부르는 법이다. 여성은 3잔, 남성은 5잔(소주·맥주·위스키)이 실수 일보직전 경계선이다.
이 사
clee@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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