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 사원 폭파 후 수니-시아파간 충돌 전국 확산
기자 3명 등 130명 사망… 자제 호소도 안 먹혀
이라크 시아파 사원 폭탄테러로 촉발된 종파간 ‘피의 보복’이 격해지면서 내전이라는 악몽이 현실화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2일 이라크 바그다드 북쪽 사마라의 아스카리야 사원이 폭탄테러로 무너져 내리자 분노에 찬 시아파가 수니파에 대한 무차별 공격에 나섰다.
1,200년 역사를 지닌 이 사원은 시아파가 마호메트의 혈통을 잇는 후계자로 보는 10대 이맘(무슬림 지도자) 알리 알 하디 및 그의 아들 알 아스카리의 영묘가 있는 곳으로 가장 중요한 성지 중 하나이다.
테러 직후 수니파 종교 지도자 칼릴 알 둘라이미가 총격으로 사망하면서 두 종파의 충돌은 이라크 전역으로 급속히 번졌다.
이라크 남부도시 바스라의 한 감옥에서는 수니파 수감자 12명이 무장세력에 의해 살해되는 등 시아파 무슬림의 보복성 공격이 이어져 하루 사이 127명이 사망했다. 이 가운데 이라크 방송 알 아라비아의 기자 3명도 포함됐으며 대부분 머리에 총을 맞고 손이 묶인 상태로 발견됐다고 경찰은 밝혔다.
수니파 조직인 이라크 이슬람당은 이날 시아파 무슬림의 무차별 보복성 공격으로 수니파 사원 중 168곳이 공격 당했고 10명의 이맘이 살해됐으며 15명의 이맘은 납치됐다고 밝혔다.
이 중에는 7세기 수니파 성인인 탈하 빈 오베이드 알라의 묘가 있는 바스라 사원도 포함돼 수니파 신자들의 감정에 불을 붙였다. 수니파 성직자들은 23일 피를 부르는 보복을 용인하는 시아파 정부와 대화하지 않겠다며 긴급 대책회의 참석을 거부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들은 시아파의 강경파 지도자인 무크타다 알 사드르의 집 앞에 모여 자동소총을 들고 복수를 외쳤으며 이라크 군대를 향해 소총을 쏘아댔다고 격한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마호메트 사망 직후 후계를 둘러싸고 양분된 시아파-수니파의 갈등은 끊이지 않아 이라크에서만도 수십 년 간 서로를 겨냥한 폭탄테러가 계속돼 왔다.
그러나 그 동안 곪아온 종파간 갈등이 현 시점에서 내전으로 폭발한다면 미국 입장에서는 ‘최악의 타이밍’이다. 지난해 12월 치른 총선 후 미국 주도 아래 시아파 출신 이브라힘 알 자파리 총리가 어렵게 대연정을 구상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양 종파의 지도자들은 보복성 공격을 멈추자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사태 수습은 쉽지 않아 보인다. 종파간 갈등에 미국 주도의 새 정부에 대한 불만까지 엉키면서 화살이 어디를 겨냥할지 예측하기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시아파 성직자이자 이라크 부통령인 이달 압둘 마디는 이날 시아파 민병대와 관련된 조직에 대한 지원을 중단하겠다는 미국의 최근 발표를 겨냥한 듯 정부가 성지를 보호할 수 없다면 지역 민병대에게 이를 맡겨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드르의 대변인은 수니파에 대한 비난을 멈추자며 사원의 공격은 ‘(미국) 정복자들’과 시오니스트의 소행이라고 미국을 공격했다.
제임스 제프리 미 국무부 이라크 담당 수석 보좌관은 아스카리야 사원에 대한 폭탄 공격은 알 카에다에 의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시아파 vs 수니파
시아파와 수니파는 세계 10억 명 이상의 무슬람을 양분하고 있다. 예언자 마호메트 사망 직후 그의 정통 후계자가 누구인지에 대한 논란을 두고 갈라섰다.
시아파는 마호메트의 후계자(칼리프)가 그의 사촌이자 사위인 알리라고 믿고 그의 직계 후손 11명 만이 무슬림 공동체의 최고 지도자 ‘이맘’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수니파는 핏줄을 따지지 않고 마호메트 협력자였던 아부 바크르로부터 알리에 이르는 4명의 성직자를 모두 칼리프로 받아들였다. 3대 칼리프 오스만이 암살되고, 수니파가 이를 알리가 사주했다고 비난하면서 두 종파는 완전히 등을 졌다.
수니파는 마호메트가 계시를 받아 오스만이 완성한 코란을 영원한 진리로 본다. 반면 시아파는 이맘을 마호메트에 버금가는 존재로 보고 그들이 코란을 어떻게 해석하는가를 중시한다.
시아파는 무슬림이 행해야 할 다섯 가지 의무(유일신 고백, 예배, 헌금, 라마단 중 금식, 성지순례)에 지하드(성전ㆍ 聖戰) 및 선행을 추가했다.
이라크의 경우 시아파가 55%를 차지해 수니파(20%)보다 압도적으로 많지만 사담 후세인 전 대통령 등 수니파 출신이 정권을 잡고 있어 시아파의 불만이 적지 않았다.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 이후 미국의 지원 아래 시아파가 국정을 주도하게 됐으며 지난해 말 총선에서도 시아파가 의회 다수를 점유했다. 전세계적으로는 수니파 무슬림 인구가 시아파의 10배 가량된다.
김신영기자 ddalg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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