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지역 맥도널드 4곳, 한인들의 사랑방
커피마시며 환담장소로 애용
여기가 우리 사랑방이지, 시카고에 노인들 갈 데가 어디 있나?
패스트푸드체인점의 대명사 맥도널드가 마땅히 만날 장소가 태부족한 한인노인들에게‘맥다방’으로 불리며 사랑받고 있다. 수년전부터 애용되기 시작한 맥다방은 이제 시카고시에서 서버브로 그 사세(?)를 확장, 한인노인들이 눈에 띄게 많이 모이는 곳만 4군데에 달한다. 나일스 골프밀 샤핑몰내 매장을 비롯, 켓지-포스터, 켓지-피터슨, 뎀스터-워키간길의 맥도널드에 매일 오전 7시나 8시쯤 가보면 적게는 십수명에서 많게는 40~50명이나 모여 담소를 나누는 한인 노인들의 모습을 쉽게 접하게 된다.
켓지-포스터 매장에 자주 나온다는 한 할아버지는 우리 노인들 갈 데 없으니까, 여기엔 새벽 5시부터 나와서 친구들 기다리는 할아버지들도 있어라고 말한다. 맥다방의 원조는 로렌스길 한인타운 한복판에 위치한 맥도널드다. 이곳엔 수년전 당시만 해도 한인노인들 뿐만아니라 아침 커피 한잔 하러 오는 페인트공, 일용직 노동자들이 많았는데, 주인이 싫은 기색을 역력히 보이자 차츰 일용직 노동자들도 구세군 앞으로 장소를 옮기고, 한인 노인들도 다른 맥도널드로 옮겨가기 시작했단다.
골프밀 맥다방의 총무(?)격인 이완수씨에 따르면 서버브 맥다방의 원조는 아시아 수퍼마켓 건너편 밀워키길의 맥도널드. 한인들 서버브로 많이 이사갔잖아. 노인아파트도 서버브로 많이 옮겼고. 그러다보니 서버브에도 맥다방이 생기게 됐지. 그러다 사람이 많아지고 자리가 비좁고 하니까 옮겨간 곳이 골프밀 맥다방이지. 한인이 워낙 많이 모이다보니 일부 교회에선 밴으로 라이드까지 해가며 노인들을 모시기도 했고, 장기남 건추회장은 맥다방을 돌며 문화회관 건립 관련해 어르신들의 의견을 들으러 다니기도 했다.
맥다방에서 이뤄지는 대화는 주로 한국정세, 과거 이야기, 손자 손녀 자랑 등이다. 기대하지 않았던 기자의 방문을 반기던 노인들은 우리가 할 일 뭐 없을까? 신문사에서 종이 접는 일이라도 말이야라고 물으며 우리는 적은 돈이라도 벌어서 좋은데 쓰려는 사람들이다. 소일거리 없는 게 제일 심심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 참석자는 골프밀 영감님들이 노무현, 김대중이 많이 비판하고 그러니까 호남 사람들은 그게 듣기 싫어서 맥다방 안오고 이젠 근처 파네라 빵집으로 모인다고 귀뜸하기도.
켓지-피터슨 매장의 커키 트리고 매니저는 한인, 중국인, 그리스, 베트남, 스패니쉬 노인분들마다 각자 오는 시간, 앉는 장소가 따로 정해져 있다. 아마 한꺼번에 한장소에 모으면 다 앉지도 못할 정도로 많다고 말하며 활짝 웃는다. 그에 따르면 맥도널드측에서는 늘어나는 노인고객들을 위해 시니어 커피를 41~49센트에 제공하고,‘2 for 3달러’등을 준비하는 것밖에는 특별한 조치는 취하지 않고 있다.
맥다방이 가장 붐비는 시간은 오전 9~10시 사이다. 정오만 되도 각자 볼일을 보러 사라지는 게 맥다방의 생리다. 한 노인은 손자 손녀 데리러가고, 자식들 하는 가게 봐주고, 점심도 먹고 그게 우리 일이지라고 말하며 자리를 뜬다.
내일 또 보자고들. 하루동안 안녕하고...
<송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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