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포드자동차의 CEO인 빌 포드가 세계 자동차업계를 깜짝 놀라게 하는 발표를 했다. 14개의 포드 공장을 문닫고 종업원 3만명을 감원하겠다는 것이다. 더욱 놀라웠던 것은 빌 포드 사장이 “포드자동차의 미래 목표는 도요타를 꺾는 것이다”라고 선언한 점이다. 일본 자동차가 미국에 위협적인 존재라는 것은 모두 인정해온 사실이지만 포드자동차의 창업주인 헨리 포드의 증손자가 “도요타를 꺾는 것이 목표”라고 말한 것은 자존심을 다 내팽개친 너무나 솔직한 선언이라는데 의미가 있다.
신문 기록을 보면 일본 자동차가 미국 오토쇼에 처음 선을 보인 것은 1957년으로 되어 있다. 당시 LA에서 오토쇼가 열렸는데 일본 자동차 전시관에 관람객들이 예상외로 많이 몰려들었다. 일본 자동차가 인기 있어서가 아니다. 신기해서다. 미국인들이 전시관 책임자인 와카스키에게 가장 많이 던진 질문은 “일본에서도 자동차를 만드느냐”였다.
일본차는 미국에 힘들게 상륙했으나 미국 프리웨이에 적응할 수가 없는 게 결정적인 흠이었다. 프리웨이를 진입할 때는 달려오는 차와 속력을 맞추기 위해 몇초 사이 55마일에 도달해야 하는데 일본차는 속력이 나지 않아 뒤차에 받힐 것 같은 느낌을 주어 불안하기 짝이 없 었다.
GM에 이어 포드마저 대량 공장폐쇄를 선언한 것은 디트로이트의 시대가 한물 갔음을 의미한다. 미국 자동차 공장에서 일하는 직공의 최저 임금수준은 시간당 15달러다. 중국은 2달러다. 앞으로 이렇게 가면 중국 자동차가 미국을 휩쓰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일본 자동차가 미국에 상륙한지 50년만에 시장을 제압했는데 중국이라고 못한다는 법이 어디 있는가.
헨리 포드는 성격은 괴팍했지만 끊임없이 변화를 추구하는 아이디어 맨이었다. 그는 포드자동차의 방향을 ‘대중화’로 잡고 T모델의 값을 파격적으로 인하하기 시작했다. 한 대에 850달러 하던 차를 3년만에 500달러로 내렸으니 다른 차들이 경쟁을 할 수 없게 되었다. “1달러 내리면 1,000명의 고객을 얻을 수 있다”는 그의 상품 대중화 정책은 대량생산 시대에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미국 자동차는 좀 괜찮다 하면 너무 비싸고 싼 것은 비지떡이다. 싸고 좋은 차가 없다. 싸고 좋다는 것이 말이 안 되는 것 같지만 도요타와 현대가 그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으니 문제다. 미국 자동차가 그런 변화를 과감히 추진하지 못하는 것은 몸집이 너무 커져 방향을 틀기 어렵기 때문이다. 항공모함은 방향을 바꾸기 어려운 법이다.
리더, 특히 오너가 방향을 잘못 잡으면 아무도 회사 내에서 이견을 말할 수가 없다. “이 길로 가면 안 되는데”하고 모두 생각은 하고 있으면서도 “말하면 뭘 하나”로 자포자기하게 마련이다.
최근 포드자동차에서 제조과정을 혁신하기 위해 ‘볼보’의 엔지니어를 스카우트해서 데리고 왔는데 그가 제일 처음 놀란 것은 포드 간부들이 만사에 걸쳐 윗사람의 지시가 떨어지기를 기다리고 있는 근무자세였다고 한다. GM이나 포드처럼 몸집이 비대한 회사에서 일어나는 대표적인 현상이다.
판매에만 신경을 쓸 일이 아니다. 진심으로 소비자를 존경하는 자세가 미국 자동차업계에 결여되어 있다. 헨리 포드가 지금 무덤에서 벌떡 일어나 걸어나온다면 증손자에게 꾸짖는 첫마디가 무엇일까. “방향이 잘못 되었어!”가 아닐까.
이 사
clee@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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