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마틴 루터 킹 목사의 아들 덱스터 킹이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얼 레이가 단독으로 우리 아버지를 살해했다는 이야기는 이젠 정말 못 들어주겠다. 이 사건의 진실이 서서히 그리고 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하고 있다. 우리 가족은 앞으로 세기의 음모에 속하는 이 사건의 전모를 밝히는데 최선을 다할 것이다.”
마틴 루터 킹은 과연 누가 죽였을까. 정말 얼 레이의 단독 범행일까. 나는 몇년 전 킹 목사가 피살된 멤피스의 로레인 모텔을 찾아본 적이 있다. 멤피스의 엘비스 프레슬리 기념관을 구경하는 김에 로레인 모텔을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그 때 현장에서 느낀 것은 킹 목사 암살이 도저히 단독 범행일 수가 없다는 점이다. 우선 현장 상황이 혼자 범행하기에는 너무나 복잡한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
범죄도 상식의 범위에서 많이 벗어나지는 않는다. 감옥에서 탈출하여 쫓기는 몸이었던 얼 레이가 어떻게 킹 목사가 로레인 모텔 2층에 투숙하고 있는 것과 베란다에 나오는 그의 습관을 알 수 있단 말인가. 그가 킹 목사를 암살하기 위해 감옥을 탈출했단 말인가. 만약 그렇다면 그의 감옥 탈출을 도운 사람은 누구인가. 지문이 묻은 총을 현장 근처에 남겨놓을 정도로 그가 어리석었을까.
그는 무죄를 주장하다 감옥에서 얼마 전 암으로 죽었다. 그러나 그의 무죄 주장은 몇년 전 “나는 킹 목사 암살사건에 관여했다”고 주장한 테네시의 전직 경찰관 짐 그린의 고백과 비교적 앞뒤가 맞는다. 짐 그린은 98년 12월 킹 목사의 가족들과 만나 킹 목사 살해의 전모를 밝혔으며 이 사건에는 FBI가 깊숙이 관련되어 있음을 폭로했다. 짐 그린의 스토리를 요약하면 이렇다.
얼 레이와 함께 행동하던 폴이라는 FBI 요원은 사건 당시 얼 레이를 심부름 내보낸 후 콜리에라는 인물을 따로 고용하여 숲속에서 킹 목사를 저격했다. 짐 그린은 심부름에서 돌아오는 얼 레이를 사살하도록 되어 있었으나 운 나쁘게도 얼 레이는 돌아오지 않고 차를 몰고 도망가 버렸다. 킹 목사 암살은 누가 지휘했는가. 짐 그린에 따르면 FBI 내 서열 3위인 드로쉬가 진두 지휘했다고 한다. 문제는 킹 목사 살해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된 사람들이 모두 고인이 된 사실이다.
왜 이들은 킹 목사를 제거하려 했을까. 킹 목사는 노벨상을 받은 후부터는 미국의 자본주의 시스템 개혁과 월남전 반대를 외치기 시작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흑인이 평생 가도 백인과 빈부의 차이를 좁힐 수 없으며 경제 평등 없는 인권이란 아무 의미가 없는 것이라고 그는 믿게 되었다. 이는 말콤 X의 주장과 일맥상통한다. 따라서 미국의 자본주의를 개혁해야 한다고 피살 직전 전국을 돌아다니며 연설했다. 그리고 63년의 워싱턴 집회를 능가하는 또 하나의 민권대행진을 추진하자 후버 국장은 킹 목사를 미국 안보에 위협적인 존재로 생각하게 되었다는 것이 킹 목사 가족들의 주장이다.
FBI가 킹 목사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었으며 어떤 공작을 했는가의 기록은 2029년에는 모두 보안해제가 된다. 킹 목사 가족들은 이 때부터 킹 목사 살해에 얽힌 진실이 역사에서 다시 쓰여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사
clee@koreatimes.com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