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특집을 기획한 지난 연말 편집국 회의 때 한인사회 단체장들의 신년사 대신 평범한 이웃들의 새해 꿈을 싣자고 제안했다.
매년 1월 1일자 신문 한 면을 수 십년 째 요지부동 장식해온 단체장들의 신년사는 해마다 그 얼굴이 그 얼굴이고 내용도 엇비슷해 독자들이 식상해 한다는 지적이 많았던 터라 필자의 제안은 쉽게 받아드려졌다.
대신, 단체장들은 기자들이 한 곳 한 곳 별도로 찾아가 취재해서 해당 단체의 새해 계획과 포부를 자세하게 보도하기로 했다.
남녀노소‘보통 사람’들을 무작위로 뽑아 만나보면 소박하고 아기자기한 새해 소망 이야기가 다양하게 쏟아져 나오리라는 필자의 기대는 그러나, 첫 사람을 만나자마자 무너졌다.
기자들이 마켓, 교회 등지에서 만난 사람들은 대부분‘새해 바램을 말해보라’는 질문에‘가족들 건강하고…자녀들 공부 잘하고…사업도 더욱 번창했으면…’등 천편일률적인 희망사항만을 말하고는 입을 꽉 닫았다.
좀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해달라고 부탁하면‘갑자기 생각나지 않네요. 다른 사람한테 물어보세요’라며 자리를 피했다.
겨우 인터뷰‘할당인원’을 채운 뒤 왜 한인들은 희망을 밝히는 일에 서투른가 생각해 봤다.
오늘 하루 살기도 고단한 이민생활에 내일, 한 달 뒤, 일 년 후 꿈을 말하는 것이 사치라고 생각할 수도 있고, 새해 꿈이 이루어진 적이 없다는‘경험적 염세주의’의 발로일 수도 있다. 미국인들과 달리 자기의 생각을 발표하는 요령이 몸에 배어있지 않기 때문일 수도 있다.
‘바라는 대로 이루어진다’는 말은 성경구절 말고도 많은 현자들이 남긴 충언이다. 뚜렷한 대상을 정하지 않고 그림을 그리면 자기도 무엇을 그린 것인지 알 수 없는 작품이 된다. 그렇다고 희망의 대상이 반드시 거창할 필요는 없다.
‘토요일 오후마다 소파에 누워 TV나 보는 남편이 집 페인트를 해 줬으면’‘아들이 축구경기에서 두 골 이상 넣어줬으면’‘아내의 메뉴가 올해는 3가지 이상 늘었으면’등등의 시시콜콜한 바램도 새해 첫날에 품어봄직한 인간적인 소망이 아닐까 싶다.
/정락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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