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모기지·자동차 융자업체
대출고객 잡기경쟁 갈수록 치열
초저금리 막 내리며 수요 줄어
‘대출 권하는 사회.’
한 한인은행 SBA 부서 직원 김모씨(34)는 최근 한 고객에게 사정사정했다. 이 고객이 SBA 대출을 2년만에 다 갚겠다고 통보했기 때문이다.
김씨는 전화로도 안 되자 이 고객에게 직접 찾아가 “이자를 더 낮춰드릴 수도 있으니 대출을 계속 써달라”고 부탁했다. 그러나 마음을 돌려놓는 데 끝내 실패한 뒤 “또 어디서 대출 고객을 찾냐”며 한숨을 내쉬었다.
여기저기서 ‘돈 빌려쓰라’는 소리가 울려 퍼진다. 은행부터 모기지 융자업계, 자동차 대출까지 대출 자격 조건을 낮추며 손쉽게 빚을 내라고 권하고 있다. 은행은 돈을 더 빨리 빌려주겠다며 ‘스피디 론’ 경쟁을 벌일 정도다.
은행원 김모씨는 “은행은 기본적으로 대출해주고 그 대가로 이자를 받아 돈을 버는 업종이니 대출 세일즈는 어쩔 수 없다”며 “특히 만기 이전에 대출을 다 갚으면 자금 흐름에 차질이 생겨 더 답답하다”고 말한다.
모기지 융자 업계는 사정이 더 급하다. 올라만 가던 부동산 시장의 앞날이 불투명해진데다 금리는 오름세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모기지 융자업 협회에 따르면, 3∼9일 일주일 동안 모기지 신청 건수는 그 전주보다 5.7%가 감소했다. 재융자 신청은 9.7%가 줄었다.
브로커 이모씨는 “초저금리 시대가 막을 내리며 페이먼트가 늘어날 걱정 때문에 모기지 신청 자체가 줄어 모기지 렌더로부터 유치를 더 많이 해달라는 부탁이 많다”며 “그러다 보니 브로커는 자격이 좀 미달하는 모기지 신청자에게도 대출이 성사되도록 노력한다”고 말했다.
융자업계가 가장 많이 의존하는 상품은 홈 에퀴티 론이다. 브로커 문모씨는 “대출을 받아 투자용 부동산을 산 한인이 금리가 더 올라 페이먼트가 인컴보다 더 많아지면 압류 위험도가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대출 자격 심사도 느슨해졌다. 예전 같으면 서류를 구비해서 내야 했지만 이제는 서류 제출이 전혀 필요 없는 ‘노닥’(no-doc)이 보편화됐다. 타운 자동차 매매상에 ‘노 크레딧, 배드 크레딧도 OK’라는 광고가 내 걸린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시장조사 기관 CNW에 따르면, 새차를 살 때 필요한 크레딧 스코어가 1985년에는 평균 729이었지만 11월에는 681로 줄었다. 새차 대출에서 670 이하인 소비자가 차지하는 비율도 85년 8.7%에서 올해는 17.2%로 증가했다.
<김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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