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산군 시대 광대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왕의 남자’(감독 이준익, 제작 이글픽쳐스ㆍ씨네월드)가 연말 극장가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13일 오후 서울극장에서 첫 공개된 ‘왕의 남자’는 탄탄한 스토리와 흔들리지 않는 연출, 배우들의 고른 호연, 가슴을 누르는 감동 등이 어우려져 이견이 없는 ‘웰메이드 영화’로 탄생했다. 시사회 직후 객석은 눈물과 박수로 뒤엉켰으며, 감독과 배우들에 대한 찬사가 쏟아졌다.
’황산벌’의 이준익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왕의 남자’는 연극 ‘이(爾)’(김태웅작)를 원작으로 한다. 연산에게 실제로 총애를 받았던 광대 공길과 허구의 인물 장생을 주인공으로 연산의 폭정 아래 생사의 갈림길에서 줄타기하던 광대들의 풍자정신과 인간애를 솜씨 있게 다뤘다.
’결혼은 미친 짓이다’, ‘알 포인트’, ‘간 큰 가족’으로 자신의 필모그라피를 차근차근 다지고 있는 감우성은 ‘왕의 남자’에서 배짱 있고 마음이 있는 광대 장생을 맡아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연기를 펼쳤다.
줄 위의 곡예와 텀블링 등의 어려운 광대 연기를 대부분 직접 소화해낸 데다, 도회적인 이미지 탓에 사극에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선입견을 보기 좋게 떨쳐내는 질감 있는 연기를 펼쳤다.
특히 공길 역의 신인 이준기는 예상 외의 연기를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극중 연산을 비롯한 남자들로부터 사랑을 받는 여성적 이미지의 남성인 까닭에 자칫 어색해지기 쉬운 역이었으나 그는 신인답지 않은 차분하고 강단 있는 연기로 객석을 놀래켰다.
또 ‘황산벌’로 사극에 대한 독특한 시선과 재능을 펼쳐보인 이준익 감독은 ‘왕의 남자’에서 한층 자신감 있는 모습을 보였다. 추구하고자 하는 목표가 뚜렷했고 가는 길에 주저함이 없어 보는 입장에서도 신뢰가 절로 생겨났다.
’왕의 남자’는 그간 ‘태풍’과 ‘청연’ 등 12월에 개봉하는 다른 한국영화에 비해 사이즈가 작고 톱스타가 출연하지 않아 상대적으로 주목을 덜 받아왔다. 그러나 결코 쉽지 않은 소재를 상업영화로 만든 배짱과 그에 상응하는 완성도를 바탕으로 만만치 않은 입소문을 탈 것으로 보인다. 29일 개봉한다.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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