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람이 행복한 사람인가. 자기 직업에 보람을 느끼며 살아가는 사람이다. 거기에 다른 사람들로부터 존경까지 받는다면 행복지수는 두배가 된다. 만약 자신이 하는 일이 인류에 도움이 되고, 가문의 영광이며, 재산까지 모을 수 있고, 70세가 넘어도 계속할 수 있다면 그는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자기 직업에 보람을 느끼면서 살아가는 사람은 많다. 그러나 자기가 하는 일이 남에게 존경받는 경우는 드물다.
대통령을 하면 무엇하나. 특히 한국에서 대통령 하는 것은 불행을 각오해야 한다. 물러난 다음에 다시 감옥에 가지를 않나, 자식들이 구속되지를 않나. 게다가 왕년의 측근들이 배반까지 하는 것을 보고 있노라면 화병에 걸릴 정도다. 권력의 속성이란 그런 것이다. 칼자루 잡았을 때는 세월 좋지만 놓으면 어느새 칼날이 자기 가슴을 겨눈다. 그래서 정치하던 사람들이 은퇴하면 하나같이 “권력처럼 허무한 것이 없다”는 소리를 되뇐다.
돈 있다고 행복해지는 것도 아니다. 돈은 있는데 남이 알아주지를 않는다. 돈과 존경은 구조상 함께 갈 수 없게 짜여져 있다. 악착같이 욕심을 부리지 않으면 돈을 모을 수가 없고 그러다 보면 부정에 말려들거나 남에게 마음의 상처를 주게 마련이다.
“부자가 천국에 가는 것은 낙타가 바늘구멍을 지나는 것만큼 어렵다”는 말도 그래서 생겨났다. 돈 때문에 형제들끼리도 서로 싸우고 심지어 형이 동생을 감옥에 보내려고까지 하는 추태는 최근에 우리가 목격한 사실이다. 돈 쓰는 것을 보기 전에는 부자를 평가하지 말라는 말도 있다. 돈 벌어서 자기 혼자 잘 먹고 잘 사는 사람은 그저 그렇고 그런 사람이다.
그럼 누가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인가. 황우석 교수가 “가장 행복한 사람’의 조건을 두루두루 갖춘 본보기였다. 적어도 몇달 전까지는 그랬다. 자기 일에 보람을 느끼고, 국민의 영웅이 될 정도로 존경을 받고, 무궁무진한 사업발전의 가능성까지 지니고 있었다. 황 교수 덕분에 서울대 수의대가 하루아침에 유명해져 지망생이 몰려들고 정치인들은 그와 사진 찍는 것을 영광으로 생각할 정도였다.
그런데 그 황 교수가 요즘 어찌 되었는가. 신문에 난 황 교수의 얼굴을 보라. 초췌하고 우울하고 분노에 찬 모습이다. 그 밝던 얼굴은 어디로 가고 미소 잃은 반 고흐의 표정이다. 지금 그는 이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사람 중 하나로 꼽힌다.
황 교수의 논문이 서울대학 조사위원회에서 아무 이상이 없는 것으로 밝혀진다 해도 그의 명예는 큰 상처를 받을 것이다. 학자는 의심을 받는다는 자체만으로도 치명상이다. 게다가 그가 키운 제자들까지 그에게 칼을 갖다대는 행동을 서슴지 않았다. 제자에게 배반당하는 것처럼 불행한 스승이 있을까.
“돈 잃는 것은 작은 것을 잃는 것이다. 용기를 잃는 것은 많은 것을 잃는 것이다. 그러나 명예를 잃는 것은 모든 것을 잃어버리는 것이다”라는 독일 속담이 있다. 명예란 자기 이름에 부과된 사회적인 평가다. 자기 이름의 가치가 무너지면 사회에서 설자리가 없어진다. 유명해지고 존경받을수록 추락할 때는 속도가 가중되는 법이다. 명예의 관성법칙이다.
때때로 남의 불행은 나의 좌표를 알려준다. 나는 행복한 사람인가 불행한 사람인가. 2005년 12월의 메시지는 황우석 교수다.
이 사
clee@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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