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스탠포드대학 아태연구소 초청으로 이뤄진 강연회에서 안대희 서울고검장은 ‘불법대선자금 수사’와 관련된 성과와 견해를 밝혔다.
국민여망담은 ‘검찰의 중립과 독립 이룬 계기 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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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현대사에 있어 최대 규모의 부정사건으로 기록된 불법대선자금 수사를 지휘했던 안대희 서울고검장이 17일(목) 낮 12시 스탠포드대학에서 강연회를 가졌다.
스탠포드 아시아태평양 연구소(소장 신기욱)산하 한국학 연구소의 초청으로 이뤄진 이번 강연회에서 안대희 고검장은 지난 2003년 8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 진행됐던 불법대선자금 수사가 “정치개혁을 이루겠다는 국민적 성원 하에 진행됐으며 검찰도 불행한 과거의 청산을 요구하는 시대적 여망에 따라 정경유착이 재발되지 않도록 하는데 중점을 뒀다”고 회고했다.
안고검장은 또 “불법대선자금 수사는 잘못된 관행을 타파하고 불행한 과거를 정리해 한국사회의 나아갈 방향을 정한 중대한 역사적 사건이었다”고 규정하며 한국의 정치 경제계 전반에 대한 수사였으며 그 결과 정경유착이라 일컬어지는 최고 지도층들의 비리가 적나라하게 드러나게 됐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2002년 대통령 선거 당시 불법 모집한 정치자금만 야당이 7천 8백만 달러, 여당이 1천만 달러에 이르렀다며 이 돈들이 대부분 불법적인 활동과 정치인의 개인용도로 사용됐다고 말했다.
모금 수법도 추적을 피하기 위해 현금을 박스에 담아 대형 트럭에 실어 운반하거나 거액의 무기명 채권을 전달하는 방법 등이 동원됐다고 밝혔다.
불법대선자금 수사 당시, 대통령의 측근들을 비롯해 국회의원 32명 등 40명의 정치인과 10대 그룹을 포함한 기업 관계자들이 수사의 대상이 됐으며 이 사건으로 인해 지구당제의 폐지와 정치자금법 개정 등 선거제도가 개혁됐다.
안고검장은 이러한 성과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 국민들 모두가 깨끗한 선거를 통해 선진사회를 이루자는데 공감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술회했다.
안고검장은 또 이 사건이 경제 분야에 있어서 분식회계 등 고질적 기업행태를 청산하고 한국 기업들이 선진국 수준의 건전성을 갖출 토양이 됐으며 앞으로 대기업의 지배구조 개선이 이뤄진다면 소위 ‘코리아 디스카운트(Korea Discount)’라 불리는 한국 주식시장과 기업에 대한 저평가에서 벗어나 제대로 된 평가를 받을 수 있게 될 것이라 전망했다.
그는 이 사건이 법치주의에 대한 확신과 법집행기관인 검찰의 중립과 독립을 이룬 일대 계기가 됐다며 집권층의 핵심인사들을 수사대상에 포함시킴으로써 종래의 정권 편향적 인식에서 벗어나 검찰이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받게 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안고검장은 그러나 수사를 통해 정재계 지도자들의 비리가 노출됨으로서 ‘민주적 리더십에 대한 권위가 상실’된 것을 문제점으로 지적하며 급작스런 과거와의 단절에 따른 정재계의 반발도 여전히 남아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짧은 기간에 국민이 일체가 돼 놀라운 경제성장과 민주주의의 발전을 이룬 점을 들며 앞으로 정재계 전반에 있어 투명성을 확보해 진정한 선진 민주법치국가로 발전하게 될 것이라 확신했다.
강연에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에서 스탠포드대에 방문교수로 와있는 고정식 교수(배재대 중국통상학과)가 불법 선거자금의 원인제공자인 기업들에 대한 처벌이 없었던 이유에 대해 묻자 안고검장은 “정치인에 대한 수사가 주목적이었으며 정보를 제공한 자에 대한 법적 선처와 재발 방지를 전제로 처벌하지 않은 것”이라 답했다.
<김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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