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드라마 팀 김모(33) PD가 자살을 기도한 주된 원인은 제작비 문제였던 것으로 추정된다.
김 PD는 14일 낮 12시께 서울 서초구 잠원동 한 아파트 지하 주차장 천장에 목을 매 목숨을 끊으려고 했다. 김 PD는 현재 의식불명 상태로 당시 KBS와 영화진흥위원회가 공동 주관하는 방송영화(HDTV 영화) 2004년 지원작 중 ‘피아노포르테’의 연출을 맡아 1월부터 영화 촬영을 준비 중이었다.
그가 10일 밤 작성했다는 A4용지 4장 분량의 유서에는 평소 제작비 문제로 갈등했던 김 PD의 고뇌가 잘 나타나 있다.
특히 영화제작을 총괄했던 영화만화팀과의 갈등 부분도 상세히 적고 있어 자살기도의 원인을 두고 책임 공방도 예상된다.
유서에는 제작비 수급에 대한 어려움, 제작 지연 때문에 느껴온 스태프에 대한 미안함, 자살 결심 등이 상세히 적혀 있다.
김 PD는 희망의 불씨가 꺼져가고 미안함의 불씨가 나를 죽이고 있다면서 죽어서 나를 화장하게 되면 대본 10부를 넣어달라고 적고 있어 이미 이날 자살을 결심한 것으로 추정된다.
김 PD와 함께 영화 제작을 준비해 온 계약직 스태프 김모 씨는 9월 초 제작비 문제로 크랭크 인이 예정대로 이뤄지지 않자 김 PD가 몹시 힘들어 했다고 말했다.
방송영화 연출을 위해 1월 드라마팀에서 영화만화팀으로 파견된 김 PD는 자신이 영화 시나리오 작업에 직접 참여할 만큼 이번 영화에 열의를 쏟았다.
영진위와 KBS에서 현금 1억6천만원과 현물 1억4천만원 등 총 3억 원을 지원받고 외부에서 6억7천만원을 투자 받아 총 9억7천만원의 예산으로 촬영할 예정이었던 ‘피아노포르테’는 예상과는 달리 외부 투자에 어려움을 겪었다.
계약직 스태프 김씨는 외부 투자를 받으려고 김 PD가 발로 뛰었지만 쉽지 않았다면서 10월 중순 영화만화팀에서 ‘5억400만원으로 영화를 찍든 그만두든 양자 택일을 하라’고 하면서 김 PD가 크게 상심했다고 전했다.
김 PD의 동생도 형이 대본을 다 쓰고 스태프 등을 직접 채용하는 등 (영화에)온 신경을 썼는데 갑자기 KBS측에서 약속한 10억의 투자 금액이 3분의 1 정도로 깎이자 ‘KBS가 왜 이렇게 짠지 모르겠다’ ‘못 살겠다’는 등의 말을 자주 했다고 털어놓았다.
김 PD는 유서에서 시나리오는 자식과 같은 것이라면서 자식을 반으로 도려내느니 차라리 (내가) 죽고 만다라고 쓰고 있다.
스태프 김씨는 제작비 9억7천만원이라는 저 예산으로 시대물인 ‘피아노포르테’를 찍는다는 것은 처음부터 쉽지 않았다면서 영화만화팀에서 제시한 5억400만원 중 현물지원을 빼고 사용가능한 금액은 3억5천만원으로 이 돈으로는 출연자, 스태프 등 모두 규모를 절반으로 줄여야 하는 상황이었다고 밝혔다.
김 PD는 촬영 준비에 소요된 8천만원에 대한 사용처를 두고 영화만화팀과 갈등을 빚었고 촬영 진행에 어려움을 겪자 9월 말 자신의 전세금 2천500만원을 영화진행비로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영화만화팀 고위 관계자는 영화제작 지원부서로서 KBS 지원금 1억원을 2억원으로 늘리고 외부 투자 유치에 적극적으로 협조했지만 제작진이 원하는 제작비를 만드는 것은 쉽지 않았다면서 스태프에 대한 월급제 실시, 투자 유치 이전 선지출 등 제작비 문제를 초래할 수 있는 부분을 지적했지만 제작진에서 말을 듣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김 PD가 제작비가 모자라다고 말해 본인에게 외부 투자 기회를 한달 이상 줬고 이번 프로젝트 책임자로서 규정상 올 연말까지는 촬영을 시작해야 했기 때문에 김 PD에게 촬영을 시작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뜻을 전했다고 말했다.
김 PD는 현재 강남의 한 병원 중환자실에 입원 중이다.
병원에 다녀왔다는 한 스태프는 김 PD가 어제 MRIㆍ뇌파ㆍ신경 검사 등을 받았는데 결과가 부정적이라면서 뇌와 신경 등이 많이 손상돼 깨어난다고 해도 정상생활은 힘들 것이라고 전했다.
(서울=연합뉴스) 홍성록 박상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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