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일을 둘러싼 정치음모를 다룬 ‘시리아나’는 중동주재 CIA요원의 실화를 다룬 것이다. 11월23일 개봉.
부패·동성애·테러·성차별 등 소재
‘시리아나’ ‘뮤닉’등 메시지 영화 러시
추수감사절 연휴를 계기로 시작되는 할리웃의 할러데이 시즌용 영화는 예년 경우 우습고 마음 훈훈하고 또 심각하지 않은 것들이 주류를 이루어 왔다. 그러나 올해는 경우가 상당히 심각해졌다. 이번 할리웃의 시즌용 영화들을 일별하면 부패와 성차별과 동성애와 테러리즘 그리고 이라크 전쟁과 석유를 둘러싼 정치적 놀이 및 사회적 병폐들을 다룬 것들이 줄을 지어 섰다.
최근 들어 이미 개봉된 심각한 영화들로는 뉴욕 그랜드 센트럴 스테이션에서 자폭하는 아랍계 엔지니어를 다룬 ‘내면의 전쟁’(War Within)과 현재 상영중인 자폭 집행자로 선정된 두 팔레스타인 청년의 드라마 ‘패라다이스 나우’(Paradise Now)가 있다.
또 미네소타 광산의 여광부들의 성적 희롱에 대한 집단소송 실화인 ‘노스 컨트리’(North Country)와 1950년대 매카시와 맞선 CBS-TV의 언론인 에드워드 R. 머로의 실화 ‘굿 나잇, 앤 굿 럭’(Good Night, and Good Luck) 등도 같은 종류의 영화들.
심각한 주제를 가진 영화들로 앞으로 개봉되는 것들 중 지금 가장 큰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이 스티븐 스필버그의 ‘뮤닉’(Munich·12월23일)이다. 이 영화는 1972년 뮤닉 올림픽 때 발생한 팔레스타인 테러리스트들의 11명의 이스라엘 선수들 살해와 이에 대한 이스라엘측의 보복을 다룬 것으로 제작 때부터 논란을 불러일으킨 ‘뜨거운 감자’ 같은 영화다. 지난 4일에 개봉된 ‘자헤드’(Jarhead)는 제1차 이라크전을 다룬 것이며 오는 23일에 개봉될 조지 클루니 주연의 ‘시리아나’(Syriana)는 중동에서 활동한 CIA 요원의 실화다. 이 두 편과 함께 ‘뮤닉’과 ‘패러다이스 나우’ 등은 모두 중동문제를 다룬 것으로 이는 그동안 이 문제를 피해온 영화사들이 본격적으로 요즘의 최대 관심사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앙 리가 감독한 ‘브로크백 산’(Brokeback Mountain·12월9일)은 로맨스 영화이지만 두 주인공이 남자들인 게이 영화다. 20여년간 서로를 간절히 사랑했던 두 카우보이의 드라마다. 카우보이 게이 로맨스라는 독특한 내용을 지닌 눈물겹도록 아름다운 영화로 사회의 그늘에 있어야 하는 게이들의 처지를 다시 한번 잘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할러데이 시즌인 만큼 대규모 오락 영화들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이번 시즌 빅히트가 예상되는 세 작품들로는 ‘반지의 제왕’ 사이클을 감독한 피러 잭슨의 리메이크 영화 ‘킹 콩(King Kong·12월14일)과 오는 18일에 개봉되는 해리 포터 시리즈 제 4편 ‘해리 포터와 불의 잔’(Harry Potter and The Goblet of Fire) 및 해리 포터처럼 역시 아동용 환상 모험영화 ‘나리나 연대기: 사자, 마녀 그리고 옷‘(The Chronicles of Narina: The Lion, the Witch and the Wardrobe·12월9일) 등이 있다.
전문가들은 할리웃이 소위 메시지 영화를 만들게 된 까닭 중 하나로 흥행의 성패를 가름하는 젊은 관객층의 감소를 꼽는다.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40세 이상의 관객수가 전년 대비 13%나 증가한 반면 12~39세층은 59%에서 57%로 감소했다. 청소년용 영화가 쏟아져 나오는 여름 경우 올해의 총수입은 전년 대비 8%나 떨어졌다. 젊은이들이 영화 대신 비디오게임과 인터넷 등 대체오락 쪽으로 방향을 바꾸고 있기 때문이다.
또 점차 할리웃과 연예인들이 정치적 대화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경향을 영화가 반영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명제작가인 조 로스는 “영화인들은 지금 국가의 나아가는 방향으로부터 거리감과 소외감을 느끼고 있다”면서 “재미와 함께 심각한 당면 화제에 대해 거론하는 것이 할리웃이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심각한 토픽을 다룬 영화들은 장사가 안될 수도 있다는 위험이 따른다. 지난해 나온 르완다 종족 분쟁을 다룬 ‘호텔 르완다’가 그 대표적 경우. 전문가들은 “심각한 문제를 재미있게 다룰 수 있는 조화의 묘미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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