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생고생 집 지어놓으니 객지 사람들이∙∙∙”
파국 치닫는 ‘IIC-IU 분규’ 전말과 이해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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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처지에 놓인 대학에 새생명을 불어넣어준 구원자들인가, 대학이 천신만고끝에 걸음마 단계를 막 벗어날 즈음 가로채기를 한 사람들인가.
‘한 대학 두 이름’ 때문에 혼선을 가중시키고 있는 IIC(가주국제문화대학)-IU(국제문화대학교) 분규는 IU 이사진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180도 다른 해석이 나오게 된다. 이 분규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또 법적인 측면과 도의적인 측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IIC 또는 IU의 연혁과 분규의 전말= 성경을 빗대어 쉽게 풀이하면 KCI는 IIC를 낳았고 IIC는 IU를 낳았다. KCI는 모체는 1974년 홍순경 전 이사장 등이 중심이 돼 만든 MSCK다. 한인을 위한 복합서비스센터(Multi Service Center for Koreans)를 뜻하는 MSCK는 초기 이민자들에게 초보영어라도 가르쳐 이민생활 정착을 도와주자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이 명칭은 좋은 뜻에도 불구하고 발음이 어렵다는 등 이유로 1987년 KCI로 개명됐다.
운영에 필요한 재원은 주로 연방정부의 지원금 등 공적자금과 홍 전 이사장 등 뜻있는 한인들의 기부금으로 충당됐다. 돈 관련 최대위기는 80년대 초반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집권기였다. 그 이전 지미 카터 대통령은 소수계에 대한 지원이 활발해 CETA라는 명목으로 연방정부 지원금이 내려왔으나 레이건 대통령은 긴축정책을 실시, KCI 이사들이 돈을 구하러 뛰어다니고 직원들은 거의 월급을 받지 않고 자원봉사 형식으로 대체되기도 했다.
80년대 후반부터 기틀이 잡힌 KCI는 90년대 들어 여유가 생기면서 이사들 사이에 기왕이면 영어로 수업하는 세계초유의 한국학대학원을 만들어보자는 의견들이 대두됐다. 이것이 1995년 IIC의 출발이다.
분규가 표면화된 것은 올해 2월IIC이사회(14일 연례회의, 28일 특별회의). 지난해 후반 부터 이들의 움직임을 위험스럽게 여긴 KCI이사회는 IIC이사회의 과반수를 KCI가 임명하도록 규정한 정관에 따라 8명의 명단을 제출했다. 그러나 IIC이사회는 이를 거부하고 KCI이 지배를 받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교명도 IU로 바꾸는 안을 통과시켰다.
KCI는 IIC이사회가 부당한 월권을 했다며 시정을 요구하다 관철되지 않자 임중엽 변호사를 이사장으로 하는 새 IIC이사회를 구성하는 한편, 법적 소송을 제기했다.
◆법적인 측면= 이달 초 열린 첫 재판은 성과없이 끝났다. 판사는 양측의 의견을 더 들어야겠다며 공판을 연기했다. 그러나 양측의 주장은 팽팽하다.
KCI측은 안충승 이사장 등이 IIC를 IU로 바꾸는 과정에서 총체적 포괄적 지배기구인 KCI측 동의없이 자기들끼리 독립을 선언하고 IU로 개명한 것은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IU이사회는 분리독립과 개명은 IIC이사회의 정관에 따라 합법적으로 이뤄진 것이며 따라서 KCI측이 새로 만든 IIC이사회는 불법단체라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결과는 미지수다. 그러나 자기관(IIC)이 모기관(KCI)의 승인없이 독립하도록 허용하는 것이 상식적으로 가능하겠느냐는 측면에서 KCI측 우세를 점치는 사람들이 많다.
IU이사회 3인방은 모두 외지인
재판결과는 미지수
◆도의적 측면=결과를 속단할 수 없는 법적 논리와는 별개로 도의적인 측면에서는 IU측을 비난하는 사람들이 압도적으로 많다. 한마디로 춥고 배고픈 시절에 어렵게 집을 지어놓으니 외지인들이 달려들어 빼앗은 게 아니냐는 비판이다. IU이사회가 정관을 자의적으로 확대해석해 독립을 선언하고 KCI측에 반기를 든 것까지는 백번 양보하더라도, 그랬다면 KCI가 마련한 건물이나 돈을 사용하지 말아야지 그것들을 고스란히 이용하면서 제갈길을 간다고 우기는 것은 반응이다.
게다가 베이지역 한인들이 산전수전 다 겪으며 만들어놓은 집에 외지인들이 차고앉아 행세하고 있다는 비판도 끊이지 않고 있다. 실제로 IU이사회 6명 중 핵심으로 불리는 안충승 이사장은 한국에, 김일평 이사(최근까지 임시학장)와 는 박종권 이사는 뉴욕 등 동부에 거주하고 있다. 또 주목되는 점은 학력경력 부풀리기와 학사행정 부실로 도마위에 오른 구은희 부학자의 남편 위 모씨가 분규 와중에 이사로 영입됐다는 점이다. 그는 LA에서 살다 최근 실리콘밸리지역으로 이사를 와 구 교수와 합류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IU이사회는 지난 20일 구은희 부학장에 대한 IIC이사회의 해고통지와 관련해 “IIC이사회는 불법단체”라고 다시한번 강조하고 “학교발전을 위해서는 학교의 위상실추와 학사운영 침해 등은 자제할 것을 합의하는 등 최소한의 신뢰는 지켜왔다”고 주장했다. <정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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