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디다스 1 ‘알아서 발바닥 조여주는 지능형’
나이키 프리 5.0 ‘걸을때나 뛸때나 맨발 느낌’
리박도 신제품 ‘펌프’ 출시
신발회사 고급화·전문화 치열
최신 유행 운동화 ‘아디다스 1’과 ‘나이키 프리 5.0’은 그 기본 제작 개념이 달라도 그렇게 다를 수가 없다. ‘아디다스 1’의 발바닥 장심 부분 아래 설치된 모터는 계속 조이고 풀어지면서 발이 어떻게 움직여도 운동화가 꼭 맞도록 해준다. 아디다스가 “세계 최초의 지능화”로 자부하는 이 운동화는 세계 최초의 250달러짜리 운동화이기도 하다.
80달러대인 ‘나이키 프리’는 너무나 융통성있는 밑창이 발꿈치부터 엄지 발가락 끝까지 감싸고 있기 때문에 걸을 때나 뛸 때나 마치 맨발인것처럼 느끼게 한다. 신은 것 같지 않은 이 운동화를 신고 다니면 발이 튼튼해진다고 회사측은 주장한다.
운동화는 오랫동안 운동이라는 목적과 일반적인 신발의 역할을 겸해왔다. 1917년에 처음 나온 ‘칸버스’ 농구화(왼쪽 위)는 목이 높아 발목을 보호했고, 1982년에 나온 ‘리박 프리스타일’(왼쪽 아래)는 최초의 부드러운 가죽 에어로빅 슈즈였다. 오른쪽 위는 최신제품 ‘아디다스 1’, 아래는 ‘리박 펌프 랩시어’다.
‘펌프’‘센서’‘샥’‘클라이마쿨’등 각종 테크놀로지를 앞세운 운동화 시장의 경쟁이 뜨겁다. 공상과학 소설에라도 나옴직한 장치와 장식들로 무장하고 스포츠 각 종목,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따로 제작된 운동화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것이다.
사실 이제 무슨 일이건 한 켤레 가지고 버티던 다목적 운동화의 시대는 지났다. 전국스포츠용품협회에 따르면 2004년에 소비자들은 가볍고 발의 피로를 막아주는 에어로빅 슈즈에 2억3,700만달러, 보드를 콘트롤 하기 쉽도록 창을 얇게 댄 스케이트보드 슈즈에 2억3,400만달러, 스턴트 동작을 할 때 손가락 걸 곳을 표시한 치어리딩 슈즈에 4,300만달러를 지출했다. 또 발가락을 보호하기 위해 앞부분을 단단하게 만든 워킹 슈즈는 35억달러, 충격을 흡수하도록 밑창을 두껍게 댄 러닝 슈즈는 19억달러, 부상을 막기 위해 발목까지 올라오는 농구화를 8억7,700만달러 어치나 사들였다.
신제품 ‘프리’의 마케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나이키는 ‘프리’ 전용 웹사이트도 만들고 이 운동화를 신고 농구 시합을 하거나 뛰는 것을 마치 에덴동산에서 맨발로 노니는 것처럼 묘사하고 있다. ‘아디다스 1’도 전용 웹사이트가 따로 있다. 제조사는 우선 달리기용으로 나온 이 운동화가 체중과 발 모양이 제 각각인 사람들이 각자 맞춘 것처럼 신을 수 있다고 말한다. 체중이 120파운드인 사람과 200파운드인 사람이 같은 운동화를 신을 경우 이제까지는 쿠션을 조절할 수 없었지만 이 운동화로 인해 가능해졌다는 것이다. 운동화의 장심부분 아래 쿠션에 부착된 케이블이 마이크로프로세서, 전기 모터와 함께 기능해 발자국마다 꼭 맞게 한다는 것이다.
‘리박’도 ‘펌프’를 다시 내놓았다. 신제품 ‘펌프 2.0’에는 공기주머니가 들어 있어 5~10발자국을 걷고나면 발의 굴곡에 자동으로 맞춰진다. 이 펌프 덕분에 발이 신에 꼭 맞기 때문에 이 운동화는 끈을 맬 필요가 없다. ‘펌프 랩시어’라는 버전은 사용자가 펌프를 잠가 버릴 수도 있게 되어 있다.
달리기 선수인 도널드 윌슨은 무려 30켤레의 운동화를 갖고 있다. 5킬로미터 경주에 적당한 것, 마라톤에 적합한 것, 산길에서 뛰도록 고안된 것, 콘크리트 바닥에서 뛸 때 좋은 것등 저마다 기능이 다르다. 그렇지만 그는 100달러가 넘는 것은 사지 않는다. 기본 기능 이외의 것들이 너무 많이 추가되어 있기 때문이다.
미국발스포츠의학회 회장인 발전문의 스티븐 프리번의 운동화 선택 요령은 더 간단하다. 이제까지 발에 문제를 일으키지 않았으면 운동화를 바꾸지 말라는 것이다.
최신 기술에 대해서는 운동화 전문 판매원조차 고개를 갸우뚱한다. 그것이 어떤 작용을 하는지 이해하지도 못하면서 비싼 값을 치르고 최신 기술을 앞세운 운동화를 사가는 사람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운동화 디자이너들이 가장 공들여 만드는 작품은 격렬하게 뛰는 운동선수들을 염두에 둔 것들이다. 그런 제품들이 일반 시장에서 히트를 치는 바람에 게으른 소비자에게 신겨져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운동화가 많다. 마치 SUV를 사서 비포장도로에는 한번도 나가지 않는 운전자처럼 한번도 달려보지 못하는 러닝 슈즈가 많다는 것이다.
발 전문가들 조언
“테니스화 착용하고
조깅하는 건 불편”
비싼 신발이라고
무작정 선택 말아야
신발을 잘못 신어서 병이 난 사람의 발을 고쳐주는 의사들은 요즘 운동화들의 이 요란한 신기술 경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한마디로 소비자들을 혼동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발전문의들의 신발 고르는 요령은 거의 비슷하다. 밑창과 중간창이 튼튼해서 매일 걷거나 뛰면서 받는 충격을 흡수해야 하며 뒷부분은 발꿈치의 굴곡에 딱 들어 맞고 단단해서 발을 안정시켜 줘야 하고, 앞부분도 발가락들이 쓸려 벗겨지지 않도록 넓직하고 높아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발의학협회(APMA)는 다양한 종류의 운동화에 제조사가 제출하면 발전문의들이 독자적으로 검사해 ‘승인 인장’을 발급하고 있다. ‘리박’은 10가지 스타일이 통과했는데 대부분이 워킹 슈즈들이다. ‘나이키’는 한 켤레도 제출하지 않았다. 매출에 관한 한 APMA 인장보다는 코비 브라이언트나 세레나 윌리암스가 더 힘이 있기 때문이다.
발전문의 스티븐 프리번은 스포츠 종목별로 따로 만들어진 운동화를 신는 것은 좋은 생각이라고 말한다. 테니스와 농구는 옆으로 움직이는 일이 많으므로 운동화도 측면 안정에 중점을 두고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테니스화를 신고 걸으면 불편하다. 걷기처럼 앞으로 가는 동작에는 잘 맞지 않기 때문이다.
<김은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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