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들 코믹연기·애드립에 감칠맛 나는 대사…내러티브 구조 약해 아쉬움
’가문의 위기’ 화보
흰 양복을 입은 60대 여성이 의자에 꽁꽁 묶인 채 피범벅이 되어 트럭위에 앉아 있다. 한 무리의 연장을 든 사내들이 여성의 주위를 둘러싸고 싸움에 한창이다. 이 때 자신을 구해준 청년에게 던지는 여성의 한마디 43초, 43초면 니 에미 벌써 세상 떠부렀어야
영화 ‘가문의 위기’(감독 정용기 제작 태원엔터테인먼트)는 아들들의 능력을 시험하는 조폭 대모 홍덕자 여사의 자작극으로 그 문을 연다.
여수 지역의 대표적인 조폭 가문 ‘백호파’의 대모 홍덕자 여사(김수미). 세 아들과 함께 알차게 조직을 일궈온 홍덕자 여사에게 한가지 골칫거리가 있었으니, 노총각 큰 아들 인재(신현준)에게 여자가 없었던 것.
홍여사는 아들들에게 자신의 환갑잔치 때까지 큰 며느리감을 찾아오라는 명령을 내리고, 이 무렵 큰 아들 인재는 첫사랑을 닮은 미모의 여성 진경(김원희)과 한눈에 사랑에 빠진다.
인재와 진경은 조폭두목과 강력계 검사라는 서로의 신분을 숨긴채 알콩달콩 사랑에 불을 지피고, 결국 서로의 신분을 알게된 인재가 조폭생활을 정리하려 하자 가문에 위기가 찾아온다.
영화는 강력계 검사와 조직폭력배 두목이라는 이루어지기 어려운 신분의 두 사람이 사랑의 결실을 맺어가는 이야기를 큰 축으로 하고 조폭 가족간의 우애와 조직간의 갈등이 양념으로 가미되었다.
코미디를 전면에 내세운 영화여서인지 내러티브 구조의 촘촘함 보다는 웃음의 요소를 곳곳에 장치하는데 훨씬 공을 들였다.
’충무로 캐스팅 0순위’ 김수미의 연기에 관객들은 자지러지고, 뽀글이 파마를 한 신현준과 김원희의 애드립에 폭소탄이 터진다. 특히 탁재훈의 자연스러운 코믹 연기는 그에게 당당히 ‘배우’ 타이틀을 부여한다.
나는 벌거숭이 산인디 나는 국가보안법을 딱딱 지키고 살어 등 감칠맛 나는 대사와 매신마다 장치된 웃음의 도화선들은 감독과 제작진의 숨은 노력을 느끼게 한다.
하지만 남성 성기와 여성의 가슴을 소재로 한 유머는 너무 길고, 영화의 핵심인 인재와 진경의 연애과정은 밋밋하다. 에피소드는 다양하지만, 기승전결 구조는 헐겁다. 폭소탄 제조에 에너지를 다 써버린 탓일까.
/한국아이닷컴 모신정 기자 reporter@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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