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은 빠져나왔지만, 실추된 명예는 어떻게…’
텍사스가 그동안 몸값 못하던 박찬호에 대한 딜레마에서 빠져 나왔다. 그동안 트레이드하자니 몸값이 너무 높았고, 데리고 있자니 부담이었던 박찬호를 트레이드, 오랜 숙원을 풀었다.
필 네빈(포수) 때문에 골치를 앓고 있었던 샌디에고는 텍사스로서는 구세주였다. 데리고 있어봤자 결코 가망이 없는 찬호 대신에 필 네빈이라고하는 강타자를 얻었고, 또 포수 포지션도 보강했다.
샌디에고로 보낸 현금(찬호의 연봉)이 조금 아깝긴 했으나 찬호를 처분하는 명분에 비하면 약과였다. 찬호는 그만큼 텍사스에서 제몫을 해내지 못했다. 제 몫을 해내지 못한 정도가 아니라 텍사스의 총체적 난국의 원인이었다. 찬호에게 지불하던 고액연봉은 팀 발전의 암적 요소였다.
물론 박찬호로서도 텍사스와는 궁합이 맞지 않았다. 시작부터 부상으로 삐걱하더니 몸은 몸대로, 마음은 마음대로 망신창이가 됐다. 이번 트레이드는 텍사스쪽 보다는 오히려 찬호 쪽에서 반겨야할 만큼 찬호로서는 제 2의 야구 인생을 시작할 수 있는 발판을 얻은 셈이다.
내셔널리그는 찬호가 선수생활을 출발했던 고향이다. 지명대타 제도가 없어 투구하기가 용이할 뿐 아니라 새로 이적한 구장(펫코 파크)도 ‘허허벌판 외야’를 갖고 있어 투수에게 유리하다.
명분이야 어떻든 이번 트레이드는 찬호로서는 천만다행한 일이었다.
그러나 찬호는 이번 트레이드를 통해 텍사스에서 진 빚을 갚을 길이 없어졌다.
물론 모든 선수들이 몸값에 해당하는 실력을 보여줄 수는 없는 것이지만 중요한 것은 자세다.
찬호는 3일 피츠버그와의 NL 데뷔전에서 4 1/3이닝동안 7실점 당한 뒤 강판 당했다. 첫 경기부터 ‘삐끗,’ 불안한 출발을 보였다.
박찬호가 NL 타자들에 대한 대비가 없었다고 하지만 NL 타자들도 박찬호에 대한 대비가 없었기는 마찬가지였다. 박찬호의 구질은 전성기 시절처럼 위력적이지 못하다. 두뇌 피칭과 변화구로 승부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
아무리 지명대타 제도가 없는 NL 리그라지만 박찬호에게는 험난한 도전이 기다리고 있다. 찬호가 다저스 시절의 트레이드 마크였던 퀄리티 피칭(7이닝 3실점)을 펼치기 위해서는 초년병 시절의 비장했던 투지를 되살려야한다. 특히 텍사스에 진 빚… ‘먹튀’ 누명을 벗기 위해서라도 재기에 꼭 성공해야 한다.
NL 복귀에 대한 전망은 좋다. 그러나 뚜껑은 열어봐야 한다. 용도 폐기냐, 아니면 명예회복이냐? 찬호에게 과제가 떨어졌다.
<이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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