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업 개발-시장 개척 ‘스트레스’
식품·화장품·관광분야등
한국 잣대로 무리한 요구
남재섭 롯데호텔 LA지사장은 주말마다 ‘호화 생활’을 한다. LA 인근에서 맛있다고 소문난 식당에서 온갖 맛난 음식은 다 즐기고 있어서다.
남들이 보면 부러워할 정도로 고급스런 주말나기이지만 정작 남 지사장은 ‘죽을 맛’이다. 한식을 더 즐겨 양식이 입에 안 맞는 탓도 있지만 이런 고급 식당 방문이 일의 연장선상에 있기 때문이다.
호텔에 적합할 유명 식당 체인이나 문화 공간을 발굴해 본사에 보고하는 게 남 지사장에겐 업무의 하나다. 남 지사장은 “이런 업소를 찾아내는 것도 어렵지만 한국 문화와 분위기에 맞는 맛과 음식을 발굴하기란 낙타가 바늘구멍 지나가기만큼 힘들다”고 말한다.
이처럼 주재원들은 신사업 개발과 새 시장 개척에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본사에서 해외로 보낼 때는 당연하다고 생각한 업무이지만, 막상 현지에 와 보면 현실이 생각했던 것과 달라 머리가 많이 아프다.
이런 경우는 식품과 화장품 업계에서 특히 많다. 한인의 입맛과 피부가 다른 인종과 많이 다른데도 한국 본사에서는 같은 잣대를 들이대는 게 예삿일이라 서다.
한 식품업체 관계자는 “한국 음식 맛이 히스패닉 음식과 비슷하다며 무조건 히스패닉 시장을 뚫으라고 본사에서 재촉한다”며 “비슷하다는 것과 똑같다는 건 다른데도 히스패닉 입맛에 맞게 식품을 바꿀 투자는 하지 않으니 힘들다”고 말한다.
화장품회사의 한 주재원은 “한인들은 화장품에 관한 한 해외 브랜드가 좋다고 생각하는 게 강한데도 본사에서는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데만 신경 쓰라고 하니 답답하다”며 “이러다 보니 실제 보고가 아닌 보고를 위한 보고를 올릴 때가 많다”고 밝힌다.
한류, 한류 하다 보니 미국에서도 한국 문화가 다 통할 것이라는 단순한 생각에 속을 끓이는 주재원들도 있다. 특히 관광업계가 그렇다.
김태식 한국관광공사 LA지사장은 “한류가 일본, 중국 등 동남 아시아에서는 인기를 끌기 때문에 아시안이 많다는 이유로 미국에서도 똑같다고 생각하는 건 무리가 있다”며 “미국에서 한류 마케팅을 통한 한국 관광 확대는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고 말한다.
<김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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