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추리시티에서 일하는 빅터 홍(왼쪽부터), 강나리, 린다 정, CJ 김씨가 처음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있다.
센추리시티에 둥지 튼 한인들
“스트레스는 있지만 능력 평가 철저”
하늘을 찌를 것처럼 서있는 초고속 빌딩 숲, 센추리시티. 이 곳은 LA 비즈니스 중심지의 하나지만 한인타운과 가까운 다운타운, 미드 윌셔에 비해 한인이 적었다.
로펌, 회계법인, 금융 컨설팅 회사, 연예인 에이전시 등이 주종을 이루는 이 곳에서 한인은 어떤 모습으로 일하고 있을까. 미 주류 사회에서 일하는 건 한인 사회와 무엇이 다르고, 어떤 것이 닮았을까.
‘VRM 로펌’에서 일하는 린다 정 변호사는 “언어가 다르다고 봐주는 게 아니기 때문에 하루하루 사는 게 생존을 위한 투쟁 자체”라며 “영어 사전도 찾아야 하기 때문에 미국 동료보다 일하는 시간이 더 길지만, 근무 시간으로 다 인정받지 못해 12시간 가까이 일하는 게 예사”라고 말한다.
보험 수리사로 30년 넘게 미국 회사에서만 근무한 CJ 김씨. 수리에 능한 한국인의 자질을 발휘해 직원만 5,000명인 ‘ACS’에서 3명뿐인 아시안 파트너가 됐다.
김씨는 “한인은 수리에 밝지만 이는 반대로 내성적 성격이란 뜻”이라며 “조용히 일하는 스타일에 익숙해져 승진을 하게 되면 더 중요해지는 세일즈에서는 처지는 게 아쉽다”고 말했다.
‘거시 슈나이더’에서 일하는 CPA인 강나리씨는 한국과 한인타운에서 일을 다 해 봐 여러 환경을 잘 비교할 수 있다. 미국 회사 100여 군데 문을 두드린 뒤 주류 사회로 진출할 수 있었던 강씨는 첫 6개월만에 15파운드가 빠질 정도로 힘들었다고.
“미국 동료들은 겉으로는 친해 보여도 속을 알기가 힘들었어요. 한국서 20년 넘게 자라고 미국으로 건너오니 그들이 일상적으로 나누는 스포츠, 정치 얘기에는 끼여들기가 쉽지 않았죠. 그래서 새벽 1시까지 미국 신문을 구석구석 다 읽었더니 동료들이 서서히 인정을 해주더라고요”
김씨는 2년 전부터 센추리시티로 진출하는 한인이 많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자신의 회사에도 한인이 현재 6명으로 늘었고, 강씨가 일하는 곳에도 4명이 됐다고. 그러나 같은 한인으로 보여도 굳이 인종을 묻지 않기 때문에 센추리시티에 한인이 얼마나 되는지는 알기가 힘들다고 한다.
미국인이 대다수인데서 일하다 보니 한국어 사용에 눈치가 보이기도 한다고. 정씨는 “한국어로 통화할 때면 비서가 문을 닫고 말하라고도 한다”고 했고, 강씨는 “입사 초기에는 상사가 한국말을 하지 말라고 당부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센추리시티에서 일해서 좋은 점은 “프로가 모여있는 곳이라 사람들이 한 단계 높여 봐준다”(강씨), “날씨도 훨씬 시원하고, 각종 음식이 풍부해 좋다”(김씨), “개인 능력만으로 평가받는다”(정씨)는 것이다.
<김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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