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값했다” “김주연, 버디 한방에 인생역전”
김주연의 US오픈 우승을 표현한 ‘스포츠 한국’의 제목인데 매우 실감나고 유머러스해 보인다. 미국 매스컴에서도 ‘버디 킴’이라는 이름이 단연 화제다. AP는 “버디로 버디가 챔피언이 되다”라는 타이틀을 썼고 뉴욕타임스는 “버디가 무명의 선수를 유명하게 만들다”라고 표현했으며 LA타임스는 “버디, 이름에 걸맞게 적응하다”라는 제목을 달았다.
US오픈 경기 마지막 날 마지막 홀에서 버디 킴이 버디로 챔피언이 되었으니 미국 신문들이 그녀의 이름을 뉴스로 삼을 만도 하다. 더구나 보통 버디도 아니고 샌드에서 퍼 올린 것이 버디라 거의 기적에 가까운 일이다. 이같은 예는 1986년 PGA 챔피언십에서 밥 트웨이가 그렉 노만을 극적으로 이긴 케이스가 있다. 김주연의 이번 샌드샷은 LPGA 경기사상 명승부로 기록되어 두고두고 재방영될 것이다.
‘버디 킴’이라… 코믹하고 약간 촌스러우면서도 도전정신이 담긴 용감한 이름이다. 만약 다저스의 최희섭이 자신의 이름을 ‘홈런 최’라고 고친다면 어떻게 될까. 배짱 두둑하지 않고는 그같은 이름을 갖기가 부담스러울 것이다. 김주연이 18번 홀에서 버디 아닌 ‘보기’를 하고 뒤에 따라오던 프레슬이 ‘파’를 하여 승부가 뒤집혔다면 “버디 킴, 버디 못해 우승 놓쳐” “버디에 외면 당한 버디” 등등 갖가지 풍자적인 제목이 튀어 나왔을 것이다. 경기 스코어와 관련된 이름을 가지면 지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잘못하면 사람이 우습게 될 가능성이 있다.
애당초 이번 ‘US여자 오픈대회’의 주인공은 아니카 소렌스탐이었다. 그녀가 우승해 그랜드 슬램이라는 LPGA의 기적을 이루어내느냐 못하느냐가 화제였는데 스코어가 상상외로 엉망이 되자 선두를 달리는 미셸 위에게 초점이 쏠렸다. CBS-TV에서는 어느 앵커가 “15세된 고교생이 US오픈 챔피언이 된다면 어떻게 될까”라며 미셸의 성적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그런데 마지막 날 경기에서 미셸 위의 경기가 무너지고 예상치도 않았던 김주연이 다크호스로 나타난 것이다. 김주연은 한국에서는 알려져 있지만 미주 한인사회에서는 얼굴이 생소해 모두 TV를 보면서도 “버디 킴이 누구지?”하고 묻는 사람들이 많았다.
한 가지 유감은 NBC-TV가 김주연의 수상식 장면을 생략한 사실이다. US오픈과 같은 메이저 대회에서 시상식을 보여주지 않는다는 것은 뭐가 좀 잘못된 것 같다. 코리안의 입장에서는 “이 친구들 또 사람차별 하는 것 아닌가”하는 의심도 든다. NBC는 ‘88 서울올림픽’ 등 스포츠 중계에서 종종 한국인을 차별하는 듯한 인상을 주어 여러 번 말썽이 된 적이 있다. 이번 US오픈에는 코리안이 자그마치 20여명이나 출전했다. 얼마나 김씨가 많았으면 김주연이 버디 킴이라고 이름을 고쳤을까. 코리안이 많은것이 자랑스럽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걱정스럽기도 하다.
미국 여자 골프계에 코리안 돌풍이 일고 있다. US LPGA가 앞으로 이같은 돌풍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해진다. 왜냐하면 LPGA는 스폰서에 대해 유난히 신경을 쓰기 때문이다. 한국 선수들은 끼리끼리 몰려다니면서 한국말로만 대화를 나누는 폐쇄된 모습을 보이지 말고 미국 선수들과 어울리는 것도 배워야 한다. 이들을 따라 다니며 응원하는 코리안 갤러리들도 너무 흥분하지 말고 매너에 신경을 좀 써야 할 것이다. 이것이 한국 선수들을 돕는 지름길이다.
이철
chullee@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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