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W 헬만 교수, 부시 행정부에 핵 일변도 탈피 권고
일·중·러시아 등 다자간·다각적 협력 추구해야
금강산 휴양지서 첫 국제학술회의 개최
부시 행정부가 핵무기에 초점을 맞춘 대북협상 전략을 수정해야 대화의 물꼬를 틀 수 있다고 최근 북한에서 처음으로 한반도 관련 국제학술대회를 주관하고 돌아온 도널드 C. 헬만 워싱턴대학(UW) 교수가 강조했다.
UW의 한국학 프로그램이 속해 있는 잭슨 대학원에서 동아시아 정치를 강의하고 있는 헬만 박사는 16일 본보와 의 인터뷰에서 자신은 부시행정부의 대북한 정책에 반대한다며“북한문제는 핵무기를 넘어 에너지·무역·경제지원 등 다각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6자 회담 자체가 한반도 통일문제 뿐만 아니라 일본·러시아·중국 등 주변국가들의 이해가 걸려 있어 동북아시아의 역학구조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이슈라고 지적했다.
잭슨 스쿨이 서울대학교 평화통일 포럼의 하용출 교수 팀과 공동으로 지난 9일부터 사흘 간 금강산 휴양지에서 개최한 이번 회의에는 한국·미국·중국·러시아 등지에서 20여명의 저명한 학자가 참석했다.
헬만 박사는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해야만 대화에 응하겠다는 것이 미국정부의 입장이지만 북한이 그런 요구를 받아들일 가능성은‘제로’라며 부시행정부의 대북 전략에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부시행정부가 핵 일변도의 대북전략에서 탈피, 남한·중국·일본 등 주변국과 공동으로 다자간 협력을 통해 북한문제에 접근하면 의외로 쉽게 해결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헬만 박사는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독재자 또는‘피그미’라고까지 폄하했던 부시 대통령이 최근 노무현 대통령과의 한-미 정상회담에서 그에게 ‘Mr.’호칭을 붙이는 등 변화의 움직임이 감지된다며 미국의 대북한 정책의 긍정적인 변화를 기대했다.
이번 회의를 평양에서 개최하려고 추진했다면 미국·북한정부 모두 부정적이어서 회의자체가 성사되지 못했을 것이라고 지적한 그는 짐 켈리 국무부차관보도 초청했으나 참석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헬만 박사는 남한에서 북한까지 버스로 가는데 걸린 시간은 2시간도 채 안됐지만 북한 국경검문소에서 10대 후반으로 보이는 앳된 얼굴의 북한군인들로부터 무려 3시간에 걸쳐 강도 높은 입국절차를 밟았다고 말했다.
또한, 북한의 열악한 전기사정을 반영하듯 첫날 회의도중 갑자기 전기가 나갔다며 휴양지 운영을 전담하고 있는 현대아산 측이 발전기를 긴급 투입해 큰 문제는 없었다고 말했다.
헬만 박사는 금강산이 지금까지 본 산 중 가장 경탄할 만큼 아름다웠다며 다만 곳곳에 새겨진 김일성·김정일 찬양 낙서가 빼어난 경관을 해쳐 아쉬웠다고 덧붙였다.
현지에서 2박3일 체류하는 동안 남한 관광객들이 숙소에서 연회 도중 아리랑을 합창하며 눈물을 흘리는 가슴 뭉클한 장면도 목격했다고 그는 말했다.
헬만 박사는 북한정부가 북한주민들과 남한방문객들간의 접촉을 막기 위해 금강산 휴양지 관광버스 운전기사를 전원 중국인으로 채용한 사실이 매우 이채로웠다고 덧붙였다.
헬만 박사는 또한, 화장실을 이용하지 않고 관광도중 산 속에서 용변을 보려면 소변은 2달러, 대변은 4달러를 내야한다는 안내원의 설명에 참가자들이 박장대소했다고 말했다.
자신도 1956-57년 주한미군으로 의정부에서 근무했다고 밝힌 헬만 박사는 금강산 휴양지 전체가 군부대에 둘러싸여 새벽 6시 기상나팔에 잠이 깰 정도였다며 체류기간 내내 남북의 팽팽한 긴장감을 피부로 느꼈다고 말했다.
헬만 박사는 서울대학교와 함께 앞으로도 이번과 같은 북한문제에 관한 국제학술회의를 금강산에서 정기적으로 개최할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김정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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