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장과 꽃다발을 가슴에 안고 환하게 웃는 젊은이들의 모습이 자주 보도되는 요즘 신문을 접하다보면 마음 한구석 허전하다.
졸업사진이라고는 10년만의 강추위가 기승을 부렸던 늦겨울 대구 대봉국민학교 운동장에서 어머니와 찍은 사진뿐이다. 그것도 사진을 찍은 이모가 학교 건물을 중심으로 촬영하다보니 사람들이 작아 파란색 파카, 고동색 바지를 입은 모습만 보인다.
눈이 펑펑 내리던 날 열린 협성중학교 졸업식 때는 “상장 한 장 못 받으니 아무도 오지 말라”고 고집을 부렸더니 정말로 식구들이 한 명도 참석하지 않았다. 단짝이던 친구는 인문계 입학시험인 연합고사에서 낙방한 뒤 창피하다며 졸업식에 오지 않았고, 카메라를 가진 다른 친구들은 그날 따라 보이지 않았다. 옆 반 친구 가족이 졸업생 여러 명을 모아 놓고 사진을 찍어 준 것 같은데 사진은 받지 못했다.
졸업 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다는 고등학교 졸업은 아예 없었다.
대학교에 진학한 뒤에도 사정은 비슷했다. 남가주 대학교 4학년 때는 동기들보다 한 학기 먼저 마치고 신문사에 입사하는 바람에 5월 실시되는 졸업식에 가지 못했고, 대학원 역시 굿판만 버렸지 매듭을 짓지 못해 아직까지 졸업하지 못하고 있다.
얼마 전 사진앨범을 정리하는데 아들 아이(6세)가 왜 졸업식 사진이 없느냐고 물었다. 바빠서 가지 못했다고 우물쭈물 대답했더니 내가 속을 줄 아니냐는 표정으로 올려다보는데 눈을 마주치지 못했다.
졸업식은 또다른 시작이다.
요즘은 각급 학교마다 종료라는 의미가 내포된 ‘Graduation’이란 단어 대신 새로운 출발, 시작을 뜻하는 ‘Commencement’란 말로 졸업식을 표현한다.
초등학교를 마친 아이들은 중학교란 새로운 환경을 향해 출발하는 또다른 시작을 하게되고, 중학교를 졸업한 아이들은 고등학교로, 고등학교를 마친 아이들은 대학교로 진학해 새로운 환경에 도전하게 된다.
새로운 시작을 하는 각급 학교 졸업생 자녀를 둔 학부모들에게 이번 졸업식 뒤 자녀, 이들의 친구와 함께 특별한 뒤풀이를 권유한다. 자녀들이 또다른 환경속에서 새로운 출발을 위한 준비에 부모들의 힘은 절대적이다. 다소 들떠 있는 자녀들을 어느때보다 관심을 가져주고 이들이 보다 넓고 밝은 미래로의 첫발을 내디딜 수 있도록 따듯한 보살핌이 필요할 때다. 부언하자면 기념사진은 될수록 많이 찍어주자.
김경원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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