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한국인이 경영하는 식당이나 햄버거샵에서 미국 여자가 음식을 먹다말고 손가락이 나왔다고 소리를 질러대면 어떻게 될까. 웬디스 햄버거 사건처럼 과연 경찰이 전력을 다해 수사를 펴줄까.
지난 3월 웬디스에서 칠리 보울을 먹던 아얄라라는 여인이 사람의 손가락을 씹었다고 주장하자 웬디스는 즉각 사립탐정을 고용하여 아얄라의 배경을 조사하는 한편 손가락 임자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는 사람에게는 10만달러를 주겠다고 현상금을 내걸었다. 그 결과 웬디스는 아얄라가 전에도 딸이 식중독에 걸렸다고 협박해 치킨전문 식당 ‘엘 뽀요 로꼬’로부터 3만달러의 위로금을 타낸 사실을 밝혀냈으며 지난주에는 마침내 현상금을 탐낸 제보자로부터 손가락 임자가 아얄라 여인 남편의 친구라는 것도 밝혀낼 수 있게 되었다.
이 모든 것은 웬디스 정도의 큰 비즈니스니까 가능한 이야기다. 코리아타운의 한국 식당 같으면 일방적으로 당했을지도 모른다. 사립탐정 고용도 어렵거니와 현상금을 걸만한 재력도 없다. 상대방이 고소해 오면 이쪽에서도 변호사를 고용해야 하는데 그 형편마저 어렵다. 결국 변호사 비용을 들여 재판에 이기느니 고객과 조용히 합의하는 방향으로 나가는 쪽을 택하기 쉽다. 만약 신문이나 방송에 보도되는 날에는 식당 문을 닫는 사태까지 각오해야 한다.
미국의 사법제도는 증인 우선주의이기 때문에 두 사람이 한 사람을 살인자로 만들 수도 있는 시스템이다. 내가 아무리 결백을 주장해도 두 사람이 “저 친구가 사람 죽이는 것을 우리가 봤다”고 증언하면 얼굴이 비슷한 것만으로 살인범 누명을 뒤집어쓴다. 웬디스 햄버거의 손가락 소동도 옆 테이블에 있던 손님들이 아얄라 여인의 칠리 보울에서 손가락이 나오는 것을 봤기 때문에 업소측으로는 꼼짝없이 당할 뻔했던 사건이다.
미국에서는 손해배상금을 노려 이런 일을 여러 명이 꾸밀 수도 있고 심지어 경쟁 업소를 죽이기 위해 파괴공작 차원에서 일을 벌이는 수도 있다. 노다지를 캐는 라스베가스에서 왜 동양인이 경영하는 카지노가 없는가를 생각해 보면 짐작이 될 것이다. 미국인 비즈니스와 경쟁하는 코리안들은 이번 웬디스 사건을 다른 각도에서 검토하여 거울로 삼을 필요가 있다. 너무 앞서 달리거나 상대방을 완승게임으로 이기는 것은 불안한 승리다.
비즈니스에서 이미지의 상처는 심각하다. 코리안들처럼 영세자본으로 운영되는 업체는 웬디스 같은 케이스를 당하면 원투 펀치에 비즈니스가 녹다운 될 수도 있다. 웬디스는 자신의 잘못이 아니라는 것이 밝혀졌는데도 아얄라 여인이 입힌 상처가 빨리 아물지 않고 있다. 공짜 주스를 주는 등 파격적인 서비스를 하는 데도 내려간 매상이 잘 올라오지 않는 모양이다.
인간두뇌의 기억장치란 이상해서 좋은 일보다 나쁜 일은 빨리 지워지지가 않는다. 웬디스의 잘못이 아닌 줄 알면서도 웬디스에 가서 칠리 보울을 시켜 먹기가 께름칙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우리의 기억세포는 이성적인 면보다 감성적인 면의 레이더가 더 빨리 돌아가기 때문에 머리에서는 “아니다”를 외치는데 가슴에서는 “그렇다”는 신호를 보내는 이중기능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 사건을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을 수도 있는 문제다. 손가락 사건으로 웬디스가 정신이 번쩍 든 것도 사실이다. 이미지 회복을 위해 웬디스가 새로운 시스템과 상품을 개발해 낸다면 제2의 “Where is beef?” 홈런을 날릴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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