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특별기고 (하)
▶ 무엇이 근본적 문제인가?
동원모 정치학 박사(워싱턴 대학 한국학 상임학자)
금년 봄 하와이에서 열린 동북아 안보문제 전문가들의 태평양 포럼에서‘부시 행정부의 대북정책 목적은 무엇인가?’라는 설문에 90% 이상이 정권교체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부시 대통령 자신과 라이스 국무장관은 북한정권이나 국가원수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에 대해 ‘악의 축’또는‘폭군’등 부정적으로 지칭하면서도 공식적으로는 북한의 정권교체(정권붕괴)가 대북정책의 목적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러면서도 미국의 대북정책에는 군사적 제재조치를 포함한 모든 선택권(Options)이 포함돼 있다고 강조한다.
미국과 북한은 거시경제나 군사력 면에서 비교가 안 된다. 국내 총생산고(GDP)의 경우 미국이 11.75조 달러인데 비해 북한은 그 3,800분의 1일 310억달러에 불과하다. 군사비도 미국은 3,710억 달러, 북한은 그 74분의 1인 50억 달러이다. 그러나, GDP에서 군사비가 차지하는 비율은 미국이 3.2%, 한국이 2.8%인데 비해 북한은 무려 31%에 이른다.
북한은 남한에 비해 국내 총생산고로는 30분의 1, 무역고로는 125분의 1 밖에 안 되면서도 정권존속(체제 유지)을 위해서는 어떤 대가도 불사하는 군사제일주의를 표방한다. 북한의 총 군사력은 860만으로 한국의 520만, 미국의 270만, 중국의 370만을 압도한다. 현역군도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많은 120만 명으로 한국(67만)의 거의 두 배나 된다.
1991년 구 소련 붕괴 후--특히 부시2세 집권 후--북미관계가 계속 악화되는 현상은 북한이 정권존속을 국가의 지상목적으로 하고 있는 반면 부시 행정부는 대북정책의 기본목적을 정권교체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야말로 극단적‘제로-섬’대결 상태라고 할 수 있다.
부시 행정부의 제 1기(2001-2005)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대북 외교 면에서 효율적이지 못했으며 귀중한 시간을 낭비한 셈이다:
a. 비현실적이고 비생산적인 정권교체(Regime Change) 정책을 고수했을뿐 아니라 최근에는 아프가니스탄이나 이라크 식의 무력정복 후 점령군의 힘을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소위 정권전환(Regime Transformation) 정책을 추구하고 있다.
b. 비 외교적, 비타협적 외교정책으로 협상의 반경을 대폭 줄였다. 2003~2004년 3차에 걸쳐 열린 북경 6자회담은 전반적으로 실패작이었다고 할 수 있다. 지금이라도 1994년 제네바 북미 쌍무회담에서 얻은 외교적, 타협적 해결책을 다시 선택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이런 맥락에서 라이스 국무장관이 5월 9일 모스코바 에서 CNN을 통해 발표한 대북외교의 두 가지 타결책--(1)미국의 북한 국가주권의 정식인정 (2)미국의 6자회담 틀 내에서나 또는 별도의 북한과의 쌍무회담 용의--은 매우 고무적인 것으로 보인다.
c. 북한정권의 군사, 경제 및 정치적 역량 평가는 영미 신자유주의식 일반적 거시경제 계산으로는 정확한 답이 나오지 않음을 인식해야 한다. 북한 전체경제의 40%에 해당하는 제2경제(군사경제)는 인민(민간)경제에서 완전 분리돼 있고 통제관리도 별도로 하고 있다. 따라서 북한정권의 존속능력 평가도 북한국내 정치·경제의 특이성을 분명히 고려해야 한다.
이제 임기 100일을 겨우 넘긴 제2기 부시 행정부는 제1기 대북정책의 근본적 실패 이유가 무엇이었는지 직시해야한다. 이 이상 시간 낭비는 미국과 한국, 그리고 동북아 제국의 국가안보에 더욱 더 큰 위협을 초래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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