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시장선거가 열린 17일 새벽 6시. 민족학교에는 새벽을 가르는 한 통의 전화가 울렸다. 전화의 주인공은 ‘투표소가 어디인지 알고 싶다’는 한 한인이었다. 이날 한인유권자들은 정치력 신장을 부르짖은 각 한인단체의 노력때문인지 달아오른 ‘표심’을 보여줬다.
한인타운의 투표 장소로 사용된 민족학교에서 만난 유권자들은 저마다 기준을 제시하며 지지 후보를 밝혔다.
한 흑인 유권자는 “LA는 다양한 인종으로 구성된 만큼 소수계인 비아라이고사 후보가 인종 통합을 위한 최적임자”라고 밝혔다. 한 백인 유권자는 “도덕성이 투표의 잣대”라며 “혼외정사로 아이를 낳은 비아라이고사를 지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날 만난 유권자 중 히스패닉과 흑인은 비아라이고사를, 백인은 제임스 한을 지지하는 투표 경향을 보였다. 한인을 포함한 아시안은 다른 인종 집단에 비해 제임스 한 시장에 전폭적인 지지를 보였다.
제임스 한 시장을 지지한 한 한인은 균형자론을 들었다. 그의 주장은 히스패닉인 비아라이고사 후보가 당선되면 그동안 유지되던 소수계 안배 정책이 무너져 히스패닉이 한인의 몫까지 가져갈 것이란 예상이다. 그는 “한인사회에 대해 많이 알고 있는 제임스 한 시장이 한인에게 유리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부 한인 유권자들이 밝힌 지지 이유는 좀 궁색하다. 공화당 지지자라는 한 한인은 “제임스 한 시장이 공화당이라 지지한다”고 밝힌 후 민주당이라고 지적당하자 “그래도 제임스 한 시장이 좋다”고 대답했다. 노인아파트에서 투표를 한 한인 중 일부는 제임스 한 시장의 성이 한씨임을 들어 “제임스 한 시장이 한국계라 지지한다”고 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도 ‘구관이 명관’, ‘한 시장이 기독교 신자여서’등도 지지 이유로 꼽혔다.
이 같은 대답은 LA시장선거의 주요 선거 쟁점이 한인들의 눈과 귀에서 밀려났음을 보여준다. 정책과 공약을 뒤로 한 한인들의 ‘표심’은 지연과 학연 등으로 투표하는 한국의 모습과 크게 다를 바 없다.
코리아타운정치력신장위원회는 LA시장선거 토론회를 한인타운에 개최하는 등 정치의식 향상에 공을 들였다. 하지만 아직도 한인들의 정치력은 선거철에만 반짝하는 기부금 등에 집중돼 있는 형편이다. 정책의 과실을 한인 사회에 돌아오게 하기 위해서는 꼼꼼한 정치의식이 요구된다. 내용없는 한 표는 요란한 정치구호일 뿐이다.
이석호
<사회부 >
walang@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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