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디스와 칼스 주니어에서는 지난 연말부터 1,420칼로리짜리 버거를 판다. 이런 일은 처음이다. 패스트푸드를 주시하는 언론과 민간단체들은 이들 회사를 건강을 해치는 ‘악마’라고 비난한다. 데이빗 레터맨과 제이 레노 등 내로라 하는 쇼 호스트들도 거대한 버거를 괴물이라고 비꼰다. 거대한 버거를 판매하는 업소는 소비자들의 기호를 핑계로 댄다. 소비자들이 맛있는 것을 원하고 업소에서는 이러한 요구에 부응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실제 소비자들은 거대한 버거에 대해 친근감을 느낀다. 지난해 식당에서 주문한 음식을 보면 남자들에게 가장 인기 있던 것은 햄버거였다. 2위는 프렌치 프라이즈. 여자들에겐 프렌치 프라이즈가 톱이었고 그 다음이 햄버거였다. 남녀 불문하고 3위는 피자였다. 소비자의 식 습관을 조사한 NPD 그룹의 발표 내용을 USA투데이가 최근 전했다. 소비자들이 얼마든지 건강을 지켜나갈 수 있는데도 실제 의지가 약하다는 게 이 조사의 결론이다.
1,420cal 햄버거·730cal 샌드위치·715cal 아이스크림…
맥도널드·버거킹·칼스 주니어·피자헛·KFC 등 ‘희색’
올해 외식비 4,760억달러 추산, 패스트푸드 큰 부분 차지
맛 우선시하는 소비자 기호에 돈벌이 상술 가세 ‘트렌드’
미국인들이 음식에 지출하는 비용이 증가하는 것은 별로 이상하지 않다. 2005년 외식으로 쓴 것이 비용의 47%다. 1955년의 25%에 비해 약 갑절이 늘어난 것이다. 올해 외식비는 지난해보다 5% 증가한 4,76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소비자들은 밖에서 건강한 음식을 사먹으려 한다. 그러나 사먹는 음식은 대체로 미각만을 앞세운다. 식당은 소비자들을 잡기 위해 ‘달콤한’ 음식을 만든다. 건강보다는 돈벌이가 우선이다.
칼스 주니어는 아침에도 묵직한 버거를 판다. 하디스는 715칼로리의 아이스크림을 최근 새로 선보이면서 매출이 2배로 늘었다. 샐러드나 야채보다 대신 기름기 많은 프라이드 치킨이 2004년 가장 급속도로 떠오른 메뉴다. 맥도널드의 치킨 메뉴가 인기 상종가를 누리는 근거다.
이러한 현상에 대한 이유를 식당에만 돌릴 게 아니라는 지적이 있다. 사회적 현상이라는 것이다. 우리와 우리의 자녀들의 건강을 고려해 좀 더 적극적인 캠페인을 전개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소비자 6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보고서가 있다. 패스트푸드 애호가들의 93.6%는 ‘맛’을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꼽았다. 한편 건강에 좋은 메뉴가 제공돼야 한다고 답한 사람들은 69.1%에 불과했다.
그렇다면 인간은 왜 지방, 당분, 염분을 많이 섭취하려 드는 것일까. 식품전문가 스티븐 위덜리 박사에 따르면 인간은 수천년간 저지방, 저 염분, 저 당분의 상황에서 진화해왔는데 이제 그 반대의 영역을 찾고 있다고 설명한다. 그런데 패스트푸드 식당들에서 이러한 욕구를 충족시켜 주고 있다는 것이다.
집에서는 건강식을 따질 지 모르지만 밖에서는 의외로 관대하다. 소비자들은 건강보다는 맛을 중요시하고 살이 찌면 식습관을 바꾸기보다 약으로 해결하려 든다. 패스트푸드 식당에서 먹는 기름진 메뉴에 대해 “가끔 인데 뭐가 문제냐”하는 식이다.
버거킹은 지난 3월 대형 오믈렛 샌드위치를 선보였다. 치즈가 두 장, 베이컨이 3줄, 달걀이 2개에 소시지가 포함됐다. 730칼로리에 지방이 47그램이다. 그런데도 매출이 20%나 뛰었다. 피자헛은 치즈를 삼중으로 쌓은 피자를 선보이자 4일만에 매출이 20% 증가했다. 약 2년 전부터 메뉴에 지방 함유량을 기록해 주목받았던 루비 튜스데이는 더 이상 ‘튀는’ 방식을 고수하지 않는다. 소비자들이 메뉴를 보아도 지방 함유량을 간파할 수 없게 돼버렸다.
IHOP도 예외는 아니다. 당분이 듬뿍 들어간 크림 치즈가 주재료인 프렌치 토스트를 판다. 한시적이긴 하지만 소비자의 건강과는 거꾸로 가는 마케팅이다. 벤&제리는 저칼로리 아이스크림 메뉴를 제거했다. 한번에 아이스 크림을 더블로 얹어 파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손님들도 이걸 원한다”는 게 업소의 얘기다. KFC도 질 수 없다. 기름기를 줄여 만든 메뉴에 신경을 썼었는데 앞으로는 기름기보다는 소비자의 기호를 반영하는 방향으로 나갈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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