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공항이다. 두 사람이 대화를 나눈다. 한 사람은 라틴 아메리카 출신. 또 다른 사람은 아시아인이 분명하다. 간혹 들리는 단어로 보아 영어로 말하고 있는 것 같다.
둘은 대화도중 무엇이 신나는지 웃기도 한다. 그 가운데 끼여 있는 다른 한 사람은 이들의 대화를 이해하지 못하는 표정이다. 영어가 모국어인 미국인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이 비 영어권 출신의 두 남자가 사용한 언어는 사실에 있어 영어가 아니기 때문이다. 본인들은 영어를 쓰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그러면 무슨 언어일까. 한 정의에 따르면 글로비시(Globish)다. 영어 같지만 영어가 아닌 신종 언어, 그렇지만 세계적으로 통하는 언어란 의미에서 글로비시다.
현재 전 세계에서 사용되는 언어는 6,800여종이다. 이중 상당수 언어는 계속 소실돼 가고 있는 실정인데 글로비시는 정반대의 상황을 맞고 있다.
특정 나라의 언어와 영어의 혼혈이 이루어지면서 생기는 언어가 글로비시다. 말하자면 콩글리시(Konglish 한국어+영어), 재플리시(Japlish 일본어+영어) 칭글리쉬(Chinglish 중국어+영어). 뎅글리시(Danglish 덴마크어+영어) 등이 바로 이런 사례에 해당한다.
이런 식의 혼혈형태의 영어가 수백개에 이른다고 한다. 그리고 이 같은 영어 아닌 영어 사용인구는 계속 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는 크게 보면 영어가 세계를 지배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나라가 강해지면 그 나라 말의 영향력이 커진다. 교과서 같은 이야기다. 이 점에서 하여튼 가장 영향력이 강한 언어는 아메리칸 잉글리시다.
이 아메리칸 잉글리시가 전 세계적으로 퍼지면서 혼혈의 영어도 계속 늘고, 또 글로비시 사용인구도 해마다 느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는 것.
영어가 세계를 지배한다. 새삼스런 이야기는 아니다. 영어권 인구는 4억 여명이다. 영어를 공용어로 사용하는 나라의 인구도 4억 여명에 이른다. 거기다가 인터넷 사용어로서 영어의 비중은 90%가 넘는다. 유엔을 비롯해 세계기구의 85%가 영어를 공용어로 사용하고 있다.
영어가 정치, 경제, 문화, 학문 분야에서 세계적 언어로 자리잡았음을 알리고 있는 통계들이다.
영어 이야기가 길어진 건 다름 아니다. LA 한인사회는 이런 세계적 현상에서 너무 초연해 있는 느낌을 주어서다. 이를 두고 홍수에 물이 귀하다고 했나.
세계를 지배하는 아메리칸 잉글리시의 본 바닥에서 살고 있다. 그런데도 도무지 영어를 가까이 하지 않으려는 생활태도다. 한번 생각해볼 문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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