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투자사기 사건이 잇달아 터져 피해자가 늘어나자 요즘 LA에서는 “귀댁은 무사합니까”가 안부인사처럼 되어 있다. 피해를 당한 어떤 사람에게 어쩌다가 그 지경에 이를 때까지 눈치를 채지 못했느냐고 물었더니 “귀신이 덮어씌우면 그렇게 되는 법입니다”라고 대답한다. 가족들의 충고가 있었는데도 그 소리는 들리지 않고 얼마 투자하면 얼마 가지고 간다는 소리만 들리더라는 것이다.
이번 사건에 어울리는 장자의 일화가 있다. 어느 날 사냥에 나선 장자가 밤나무 밭 나무에 앉아있는 새를 쏘려고 활을 겨누고 있는데 그 새도 무언가 열심히 노려보고 있었다. 궁금해진 장자가 자세히 살펴보니까 새는 나뭇잎에 앉아있는 사마귀를 잡아먹기 위해 시선을 집중시키고 있었다. 그런데 이 사마귀는 또 나무에 붙어있는 매미를 잡아먹기 위해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 모두가 앞에 있는 먹이에만 정신이 쏠려 뒤에서 누가 자기 목숨을 노리고 있는 것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먹이를 노리는 자 역시 먹이가 되는구나.” 장자는 크게 깨달은 바 있어 겨눴던 활을 던지고 산을 내려왔다. 그런데 산 입구에 지키고 있던 산지기가 이번에는 장자를 밤 따러 온 도둑으로 오인해 잡아 묶는 것이 아닌가. 장자는 수모를 당한 후 풀려났다.
욕심에 눈이 멀면 앞만 보이고 옆과 뒤는 안 보이는 법이다. 위험이 닥쳤는데도 감이 잡히지를 않는다. 대형 투자사기 사건의 피해자 H씨는 이렇게 말한다. “의심도 했었죠. 100만달러를 맡겼는데 이익금으로 한달에 3만달러를 꼬박꼬박 주는 겁니다. 6개월 타먹고 나니까 약간 겁이 나더라구요. 주변에서 이상한 소리도 들리고 해서 투자회사에 찾아가 사장에게 내 돈 돌려달라고 했죠.”
“아, 그런데 이 사람이 그 자리에서 쾌히 100만달러를 돌려주는 겁니다. 사장이 갑자기 존경스러워 보이더라구요. 집에 와서 그 돈을 어떻게 처리해야 되나 하고 곰곰이 생각했더니 그것 또한 마땅치가 않아요. 며칠 후 다시 사장을 찾아가 돈을 맡아달라고 사정 조로 부탁한 후 100만달러를 놓고 왔죠. 돈 돌려주는 데에 깜빡한 겁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어요. 내가 가까운 친구들에게 이때부터 투자할 것을 적극 권한 것입니다. 아무 때나 그 자리에서 돌려주는데 뭘 의심하겠어요. 어떤 친구는 30만달러 가져갔더니 우리 회사는 투자단위가 50만달러라고 하면서 거절하더래요. 할 수 없이 20만달러는 꿔서 채워 넣었다고 하더군요.”
일이 터지고 투자회사 사장이 잠적해 버리니까 H씨는 친구들에게 얼굴을 못 들게 되었다. 친구들이 자기 말만 믿고 투자한 데다가 모두 한 교회 사람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속이 상해 요즘 교회도 안 나간다. 그런데 엎친데 덮친격으로 걱정이 하나 더 생겼다. 투자회사 사장이 골치 아프게 며칠전 검거되었다.
그가 진술과정에서 자신들의 이름을 거명하게 되면 투자한 자금의 출처를 검찰에서 밝혀야 한다. 이건 더 괴로운 일이다. 집단 소송한 사람들은 자금출처가 명확한 모양이나 소송을 하지 않고 있는 피해자들 가운데는 투자금을 어떻게 마련했는지 밝히기를 꺼려하는 사람이 많다. 한국에서 대도 조세형이 고급 공무원 집에서 보석을 털었을 때 피해자들 대부분이 도난신고를 하지 않았던 케이스와 비슷하다.
“투자한 돈 깨끗이 잊어버릴 테니 서로 없었던 일로 합시다.” 피해자 가운데는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꽤있는 모양이다. 최근 코리아타운에서 일어난 대형 사기사건은 당해도 말 못하는 돈만 골라 지능적으로 한탕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늘이 있어 독버섯이 자라는 법이다.
이 철<이 사>
chullee@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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