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대학생인 아들이 초등학교 6학년 때였다. 어느 날 퇴근해 보니 아이가 잔뜩 풀이 죽어 있었다. 단짝 친구 3명과 함께 그날 방과후 교장실로 불려갔었다고 했다.
이유를 알아보니 이 장난꾸러기들이 얄밉게 구는 한 아이를 골려주려고 ‘누구누구 미워하기 클럽’이란 말을 만든 것이 문제가 되었다. ‘클럽’이라고 해서 회원이 있거나 한 것은 아니고, 평소 그 아이를 싫어하던 아이들이 그 말을 주고받으며 킥킥거린 정도였던 것 같 았다.
그렇다해도 그것은 일종의 ‘왕따’였고, 타깃이 된 아이는 속이 상해 부모에게 말을 했고, 아이의 엄마가 학교에 항의를 하면서 교장 선생이 연루자들을 색출했다. 교장 선생은 아이들을 불러놓고 진상 조사를 하고, 훈계를 하고, 그리고 뭔가 징계를 내렸던 것으로 기억이 된다.
아이들을 키우다 보면 가슴이 철렁철렁하는 일들을 수없이 경험한다. 얌전한 아이, 문제 많은 아이 … 천차만별이지만, 부모는 자기 아이밖에 경험하지 못하기 때문에 사안은 다를망정 놀라고 가슴 졸이기는 모두 마찬가지이다.
가슴 철렁해지는 일 중 대표적인 것은 학교에서 오는 어떤 경고나 징계들. 한인들은 워낙 교육을 중시하는 데다 미국 학교시스템을 잘 모르다 보니 학교에서 뭔가 날아왔다 하면 긴장부터 하는 것이 보통이다. 아울러 이민자라는 우리의 처지가 어떤 말썽이 생길 때마다 “혹시 인종 차별은 아닐까”싶은 피해의식을 불러오는 것도 사실이다.
남가주 풀러튼 교육구의 많은 한인 학부모들이 지금 비슷한 경험을 하고 있다. 현재 6학년, 7학년인 학생들이 1년 전 한 여교사에 대해 혐오성 글을 인터넷에 올린 것이 문제가 되어 수십명이 조사를 받고 몇명은 정학에 처해졌다. 전교생의 2/3가 한인이다 보니 관련자중 한인학생들이 많다.
30대 초반의 그 여교사는 왠지 아이들로부터 미움을 많이 받았다. 인터넷 세대인 아이들은 미운 마음을 여과 없이 글로 써서 블로그에 올려놓았고, 해당 교사가 최근 그 사실을 알고 격분해 학교측에 통보를 하고 경찰 수사를 요청했다.
지금은 삭제된 블로그 내용은 전해들은 바로 사실 좀 심했다. 아무리 아이들이 장난 삼아 썼을 거란 점을 감안해도 당사자는 기분이 나쁠 수밖에 없다.
관련 학생들의 부모들은 그런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학교가 사안을 처리하는 방식에 대해 몹시 분개하고 있다. 1년이나 전에 발생한 일을 끄집어내서, 이미 그 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에 진학한 학생들을 찾아가, 그것도 수업 중에 다른 학생들이 다 보는 앞에서 경찰이 학생을 불러냈다는 것은 교육적이지 않으며 다분히 감정적으로 보인다. 경찰이 느닷없이 찾아오자 겁에 질려 울음을 터트린 아이도 있었다고 한다.
플러튼 교육구 케이스를 보면서 한인 학부모들이 알아야 할 점들이 있다. 인터넷을 통한 교직원 비방, 모독, 욕설 케이스가 전국적으로 점점 늘어난다는 점, 그래서 그에 대한 처벌이 점점 강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아이들의 장난이 더 이상 장난으로 넘어가지 않는 추세이다.
아울러 전 같으면 교내에서 처리되던 학생 비행 문제가 점점 경찰로 넘어가는 추세라는 점이다. 컬럼바인 총격사건 이후 학교들이 안전에 너무 과민한 나머지 툭하면 경찰을 불러들인다. 10살짜리 소녀가 학교에 공작용 가위를 가져왔다가 무기 소지혐의로 체포되고, 14살짜리 소녀가 다른 아이의 머리에 우유를 쏟아 부었다가 폭행혐의로 기소되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사소한 잘못이 의외로 심각한 결과를 낳을 수 있는 곳이 미국이다. 한국에서라면 ‘철없는 애들이니까’하고 인정으로 넘어갈 수 있는 일들이 미국에서는 좀처럼 그냥 넘어가지 않는다. 법과 규율의 망이 촘촘해서 한번 걸리면 어떤 식으로든 대가를 치러야 한다.
플러튼 케이스의 학생들은 이번 일로 놀라기는 했지만 좋은 교훈을 얻었다. 부적절한 행동은 대가를 치르게 만든다는 사실이다. 모든 선택·결정에는 결과가 따른다는 사실을 미국에서는 특히 일찍부터 배울 필요가 있다.
권정희 논설위원junghkwon@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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