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문제로 최근 한인타운에서 강연했던 존 던컨 UCLA한국학소장은 “처음 교편을 잡았을 땐 미국에 한국을 알리는 전도사 역할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수업에 밀려들어온 1.5세, 2세 한인 학생들을 보고 생각을 바꿨다”고 말했다.
한국역사 전공인 던컨 교수는 사실전달에 기초한 수업을 생각하고 있었지만, 교실에 들어온 한인학생들은 ‘뿌리’에 대한 깊은 갈망을 내보인 것이다.
그래서 ‘나는 누구인가’란 화두에 목마른 그들에게 역사시간이지만 뿌리교육을 고려하게 됐다고 한다. 그렇게 뿌리를 찾은 한인 학생들이 이젠 역사를 놓고 전개되는 일본과의 갈등에서 보이지 않는 원군이 됐다.
던컨 교수는 “한국학을 공부하는 학생들이 잘못된 자료를 찾아내 고치려는 노력을 조용하지만 왕성히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독도로 촉발된 한일간 갈등은 역사교과서 문제와 중일 갈등으로 이슈가 옮겨가면서, 미주한인들에게도 ‘무언가를 해야 하지 않는가’란 자책적 질문을 던지게 했다.
미국에서 뿌리 내리고 살아야 하는 입장에서 일본 그리고 역사문제는 막연한 감정적 분개를 떠나 어떤 액션을 취해야 하는 것인지 곤혹스럽다. 특히 영어로 주로 정보를 획득하는 ‘코리안 아메리칸’들은 상황 자체를 모를뿐더러 알더라도 이를 보는 시각은 차원 자체가 다르다.
민족주의적 당위론에 따라 ‘커뮤니티가 무언가를 해야하는데 역사의식이 없어 적절한 준비와 대응을 해오지 않았다’는 것은 오히려 편의주의적 발상이다.
태어나고 자라면서 지식과 환경을 통해 얻게 된 의식과 유사한 의식을 가져주리라 이곳에서 자란 세대들에게 막연히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일본계 3세와 결혼해 살고 있는 한인 2세에게 역사왜곡으로 인한 한일간 갈등에 대해 물었더니 “둘 다 모르는 일이라 얘기할 기회가 없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지배하고 빼앗은 자와 지배받고 빼앗긴 자 사이의 풀 수 없는 앙금만을 후세들에게 알려 적개심만을 키워줘서도 안되지만, 사실은 사실대로 받아들여 판단의 기회를 제공해줘야 한다.
천천히 지속적으로 스스로의 뿌리를 탐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주고 여기에 자신의 정체성이 형성되면 자연스럽게 어떤 형태든 역사의식이 갖춰질 것이다.
물론 이는 1세대의 노력과 1.5세, 2세들의 의지가 합쳐져야 가능한 기나긴 과정이다. 자발적 역사의식을 갖고 미국사회에 속에서 살아가는 한인들은 시키지 않아도 잘못이 있다면 지적할 것이고, 이를 시정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이 모두가 한국뿐 아니라 한인 스스로의 ‘몫’을 지키는 과정이란 깨달음 때문이다.
한일간의 역사문제는 한인들 마음 깊은 곳의 뿌리의식에 맞닿아 있다.
배 형 직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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