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달 초 2년만에 한국에 다녀왔다. 그리 오랜 기간도 아닌데 한국은 그새 너무 많이 변해 있었다.
가장 눈에 띈 건 가격파괴 바람이었다.
창업 1년만에 170개의 가맹점을 확보했다는 ‘오마이치킨’을 비롯한 5,000원 치킨점과 점심식사를 2,500원에 제공하는 염가봉사 식당이 한 집 걸러 하나 꼴이었다. 찜질방과 대리운전 요금도 오히려 하락해 있었다.
가격파괴 덕분에 달러 약세로 인한 환차손을 최소화할 수 있었지만, 말로만 듣던 한국의 불황도 직접 느낄 수 있었다. 불황은 미래에 대한 불안심리를 낳고 있었다.
초등학생 이상의 자녀를 둔 30∼50대 친척 어른들은 물론 아직 결혼도 안 한 또래 친구들도 한결 같이 이민과 미국생활에 대해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했다. 특히 입사한지 3년도 안 돼 자가용을 뽑고, 집도 마련할 정도로 ‘잘 나가는’ 친구들조차 “미국에 괜찮은 일자리 없냐”고 물어올 때는 충격이 더했다.
물론 긍정적인 변화도 적지 않았다.
친구들이 보여준 동영상·MP3·녹음기·FM라디오 수신기능 등을 제공하는 휴대용 멀티미디어 장치와 300만 화소 카메라·GPS 시스템이 탑재된 셀폰은 미국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최첨단 제품이었다.
시청앞 광장은 잔디밭으로 변해 있었고, 늘 막히던 강남과 도심지역 대로의 교통흐름도 버스 전용차선 덕분에 눈에 띄게 좋아졌다. 훨씬 많아진 외국인 노동자들의 표정도 2년 전에 비해 밝아 보였다.
10일의 짧은 한국 방문을 통해 내린 결론은 ‘지금도 한국은 역동적으로 급변하고 있다’ 는 것이었다. 거창하지만 친구들을 만날 때마다 한국의 현실과 미래에 대한 걱정을 안주로 삼아 술잔을 기울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해 관계에 따라 너무도 다른 각도에서 이야기를 해 뭐가 맞는지는 판단하기 어려웠다.
한국을 떠나면서 세계 어느 민족에게도 뒤지지 않는 한민족의 역동성이 긍정적으로 작용해 한국이 위기를 극복하고 다시 한번 비상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했다.
이 의 헌 <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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