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대통령께
북한 인권법이 발효된 후 많은 탈북자들의 시선이 미국으로 쏠리고 있습니다. 북한 내부에서 부분적인 동요가 일고 있고 한국과 해외에 정착중인 탈북자들이 이 법에 기대를 걸고 미국행을 원하고 있습니다.
반면에 이 법의 순수성과 동기에 대해서 우려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게 제기되고 있으며 인권법 통과 이후 탈북자들에게 미치는 정치적 영향이 오히려 더 불리하게 나타나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미국 정부는 북한인권법으로 인해 야기되는 탈북자들의 정치적 손실을 책임져야한다는 점을 시인해야 합니다. 나는 탈북자 가운데 북한인권법으로 인한 최초의 정치적 피해자입니다.
나는 남한에서‘북한 민주정권 수립 혁명위원회’부의장직을 수행하며 한국정부의 위험한 친북 정책에 우려를 느끼고 지난 8월 9일 캐나다를 경유, 미국 국경 경찰에 망명을 정식 신청했습니다.
그러나 당국은 조사 후 나를 타코마 구치소에 수감했으며 이민법원 판사는 지난달 18일 나의 망명신청은 물론 추방 보류와 가석방 신청마저 기각, 나는 항소를 포기한 채 북한이든 남한이든 원하는 곳으로 쫓겨가는 일만 남았습니다.
이민 판사의 판결 내용 중 다른 것은 다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지만 ‘북한으로 돌아가도 실제로 처벌을 받을 지 의문스럽다’는 말은 북한인인 나의 상식으로 도저히 납득할 수 없습니다.
북한 최대의 적국인 미국 땅까지 찾아와서 망명을 신청했던 탈북자가 북한으로 돌아가는 데도 처벌 여부가 불투명하다는 말은 북한인권법의 취지와 배치됩니다.
인권법이 탈북자들을 위하기보다 대북정책 수행을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면 매우 우려스럽습니다. 탈북자들 마음에 반미 감정의 불이 일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김정일 체제를 탈출한 북한인들은 살 궁리보다 먼저 죽을 각오로 한번 살수 있는 길에 매달려서 어렵게 자유를 쟁취한 자존심이 강한 사람들입니다.
북한인권법의 취지와 상관없이 북한체제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탈북자들은 하나의 정치세력으로 국제사회의 인정받아야 합니다. 그들이 어느 나라에 정착했든 남북한이 하나의 이념국가로 통일되기까지는 북한인이라는 정치신분으로 보호받아야 마땅합니다.
탈북자들이 북한문제 해결에 있어서 당사자가 되도록 기회를 제공하고 협력을 구해야 합니다. 탈북자들을 동반자 관계로 인정하지 않고 바보취급하고 입맛대로 처리한다면 미국이 무력으로 북한 정권을 백 번 바꿔놔도 북한 땅에서 승리하지 못할 것입니다.
나에 대한 시애틀 이민 법원의‘불합격’판결은 담당 판사 한사람의 시각 문제가 아니라 탈북자들을 보는 전체 미국사회의 근본적인 태도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보여준 계기라고 생각합니다.
북한 핵을 제거하고 북한인권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탈북자들의 정치역량이 필수불가결한 것으로 인정하고 그들의 지위가 국제사회에서 보장받도록 배려해줘야 합니다.
타코마 구치소에서
임천용 (북한 민주정권 수립 혁명위원회 부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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