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이다. 백화점마다 인파가 넘쳐흐른다. ‘징글벨’ 노래를 들으며 샤핑하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밝은 표정이다. 크리스마스 캐롤 가운데에서도 한해가 지나는 것을 가장 실감나게 하는 노래가 바로 이 ‘징글벨’이다. 같은 크리스마스 캐롤이지만 ‘고요한 밤, 거룩한 밤‘과는 또 다른 느낌이다.
내가 어떤 처지에 놓여 있는가에 따라 ‘징글벨’ 멜로디를 듣는 감각도 달라진다. 걱정 없는 사람에게는 즐거운 노래로 느껴지지만 걱정이 많은 사람들에게는 슬픈 멜로디로 다가온다. 혼기가 한참 넘은 딸을 가진 어떤 친구는 크리스마스 캐롤이 울려 퍼지면 우울해진다고 말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암 선고를 받고 병원에 입원해 있는 어떤 분을 엊그제 위로하러 갔더니 ‘징글벨’ 노래만 들으면 요새는 자꾸 눈물이 나온다고 했다.
오 헨리 작품 중에 널리 알려진 것으로 ‘매기의 선물’이라는 단편이 있다. 요즘 말로 표현하면 직장에서 구조조정 당한 남편을 가진 아내의 크리스마스를 그린 내용이다. 쥐꼬리만한 봉급으로 이것 갚고 저것 갚고 나니까 “1달러87센트밖에 안 남았다”는 것으로 첫 문장이 시작된다. 결국 돈 없는 아내는 머리를 잘라 팔아 남편의 시계 줄을 마련하고, 남편은 시계를 팔아 아내의 보석 달린 머리 빗을 사게 되는데 이 단편 마지막에 오 헨리가 언급하는 내용이 매우 교훈적이다. 무슨 선물이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선물에 마음이 담겨 있느냐 없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12월은 ‘베푸는 계절’로 불린다. 브레니쉬라는 수필가가 쓴 글 중에 홈리스 피플이 홈리스 피플에게 베푸는 것을 보고 자신이 감동을 받은 체험 수기가 있다. 크리스마스 전날 워싱턴DC의 식당에서 식사를 마치고 나오던 어느 노부부가 문 앞에서 떨고 있는 홈리스를 보고 다시 들어가 식사를 시켜 가지고 나온 후 홈리스에게 주면서 “메리 크리스마스”라고 인사했다. 그런데 먹음직스런 도시락을 받아든 홈리스가 다른 구석에 쭈그리고 앉아있는 늙은 홈리스에게 달려가더니 자신의 도시락을 반으로 나눠주면서 또 “메리 크리스마스”라고 외치더라는 것이다. 그래서 브레니쉬도 두 홈리스를 위해 식당에서 커피를 주문해 갖다 주었는데 홈리스들이 감격하는 모습에 이번에는 자신이 또 감격했었다고 한다. 이상하게도 미국에서는 부자보다 홈리스 피플이 홈리스 피플을 돕는 광경을 자주 목격하게 된다. 리커스토어나 마켓 하는 한인들은 이같은 광경을 자주 목격했을 것이다.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항상 TV에서 상영하는 영화들이 있다. 그 중에서도 제임스 스튜어트가 주연한 ‘It’s a Wonderful Life’는 몇번 봐도 감동이 새롭다. 사업에 실패한 가장이 크리스마스에 자녀들에게 선물도 못 주는 것을 비관해 다리에서 강물에 뛰어들려는 순간 옆에서 먼저 투신자살하는 사람을 목격하고 그를 구해 주는 내용이다.
‘징글벨’ 멜로디에 우울해지는 사람들은 마음에 담긴 무엇을 먼저 남에게 베풀면 ‘즐거운 기분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기대하는 것은 많고 꿈은 이루어지지 않고 하면 ‘12월 우울증’이 생기는 법이다. 12월을 즐겁게 보내는 비결은 위를 쳐다보지 말고 아래를 보며 사는 자세다. 그러면 이 세상에는 나보다 불행한 사람이 너무나 많다는 것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이철 주필
chullee@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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