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수감사절을 맞으면 한해가 이미 기울었음을 뜻한다. 지난 한해를 돌이켜 보며 어려운 일도 있었지만 감사할 일이 더 많았음을 느낀다. 우리가 너무나도 당연하게 여기는 가족과 친구들은 물론 우리들 주변의 아름다운 자연이 모두 축복이다.
그러나, 우리는 어떤 어려움이 닥치면 근시안적으로 그 문제만 쳐다보게 되고, 그로 인해 불평하게 되고, 걱정 근심에 쌓이게 되고, 마음의 고통을 겪는다. 살면서 어려움을 겪는 것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누구에게나 있는 일이다. 이런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는 것은 결국 그 사람의 인생에 대한 자세와 신앙에 달려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필자에게 지난 며칠 동안은 의사로서 어려운 일이 많았다. 의사가 제일 힘들어 할 때는 자신의 환자에게 암이 생겼음을 발견할 때이다. 며칠 전 필자는 피곤증이 심해져 찾아온 환자를 진료했다. 오래 만에 찾아온 그분의 몸무게가 너무 많이 준 것을 보고 걱정이 돼서 흉부 X-레이를 찍어 보니 폐에 커다란 종양이 생긴 것이 아닌가!
그 환자는 지난 수년간 축농증, 기관지염 등 흡연으로 인한 각종 질병으로 인해 필자를 찾아오곤 했다. 필자는 그때마다 담배가 폐암, 심장병, 폐기종 등을 일으킨다고 겁주고 금연을 권유하며 설득했지만 그는 담배를 피워야 기분이 좋다며 고집을 부렸다.
막상 그 환자가 폐암에 걸린 것을 발견하고 필자는 너무나 안타까웠다. 비록 그가 필자의 조언을 무시하고 담배를 계속 피웠지만 필자는 그에게 좀 더 강하게 설득하거나 협박(?)에 가깝게 권면했더라면 그가 담배를 끊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필자는 그 분 외에도 많은 환자들이 의사의 조언을 무시하고 흡연이나 무분별한 식생활을 계속함으로서 육체적으로 큰 어려움을 겪는 경우를 본다. 그때마다 필자는 의사로서의 무력함과 한계를 느낀다. 의사는 환자들의 건강 문제들을 상담하고 조언해주지만 결국 환자의 결심과 적극적인 협조 없이는 허공을 치는 공염불에 불과하다.
질병이 자신의 잘못으로 찾아오는 경우가 많지만 그와 전혀 관계없이 뜻밖에 닥쳐와 삶을 고통스럽게 하는 경우도 있다. 세살 짜리 귀염둥이 아기에게 급성 백혈병이 생기기도 한다. 어려움에 처한 많은 사람들을 평생 돕고 스스로도 매년 검진을 받으며 건강을 챙긴 착한 아주머니에게 유방암이 생기기도 한다.
이런 일이 생길 때 우리는 먼저 “왜?”라는 질문을 하게된다. 불공평하다는 생각, 너무 가혹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처럼 까닭 없이 고통을 겪는 분들을 볼 때마다 필자는 사람의 말로는 위로할 수 없음을 느낀다.
결국 의사로서, 아니 친구로서, 이들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은 이들의 손을 잡아주고 이들의 아픔에 동참하고, 이들의 편이 되어서 치료를 잘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 밖에 없다.
이런 모든 노력에도 불구하고 어떤 분들은 세상을 떠난다. 그 들의 가족이 필자를 찾아와서 돌아가신 분이 생전에 필자에게 감사했었다는 말을 전할 때 필자는 마음 한구석이 무너져 내리는 것을 느낀다. 하지만 그런 가운데서도 그 분들을 만나게 하시고, 필자를 그 분들의 의사로 삼아 주신 데 대해 다시 한번 감사하게 된다.
감사의 계절이 아니라도 우리 주변에는 감사할 일이 너무나 많음을 새삼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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