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 2월 초순. 시계바늘이 밤 10시를 향하면 사람들은 약속이나 한 듯 집으로 발걸음을 총총 재촉하고 있었다. 그 기이한 현상은 다름아닌 드라마 ‘모래시계’가 만들어낸 진풍경이었다.
그해 1월10일 첫 방송을 한 SBS 드라마 ‘모래시계’는 평균 시청률 45.3%로 세간의 화제를 모았다. 2월6일 방송분에서는 무려 64.5%에 이르는 시청률을 기록해 국민드라마로 불려지는 데 이견이 없었다. 당시 많은 남성팬들은 브라운관을 통해 눈부시도록 차분한 이미지와 고혹적인 눈빛으로 다가온 고현정의 몸짓 하나하나를 아직도 선연하게 기억하고 있으니,그 강렬한 향기는 10년이 지나서도 퇴색되지 않은 듯하다.
1989년 제33회 미스코리아 선으로 당선된 고현정은 이듬해 KBS드라마 ‘대추나무 사랑 걸렸네’로 안방드라마 팬들의 사랑을 받았고,드라마 ‘두려움없는 사랑’ ‘엄마의 바다’ ‘작별’ 등을 통해 가파르게 스타 배우 반열에 오르며 인기를 누렸다.
단 5편의 드라마를 통해 당대 최고의 배우가 된 고현정의 성공은 그야말로 전형적인 한국적 미인상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기에 가능한 행보였다. 지금도 많은 남성들이 이상형을 일컫는 데 있어서 그녀를 대명사로 인용하는 데 주저함이 없으니 말이다.
안타깝게도 화제의 드라마 ‘모래시계’를 끝으로 그해 5월 결혼과 함께 팬들과 작별을 고한 고현정은 지난해 11월 결혼 생활 8년6개월 만에 파경을 맞았다. 이혼 사실보다 그녀의 다음 행보에 더 촉각을 세운 세간의 관심은 그녀가 연예계에 차지하는 위상을 가늠케 하는 잣대였다.
지난 9일 드라마 제작발표회를 통해 모습을 드러낸 고현정은 떠나간 스물넷의 모습 그대로를 간직한 채 우리곁으로 다시 돌아왔다. 복귀작이 될 SBS 드라마 ‘봄날’에서 서정은 역을 맡은 그녀는 실어증 연기와 비련의 사랑을 시청자들에게 선보이며 제2의 연기 인생을 펼친다. 내년 1월8일 방영 예정이라니 꼭 10년 만에 브라운관을 통해 그녀에 대한 지난 추억을 더듬게 된 셈이다.
지난 10년 동안 팬들을 뒤로 한 채 살아온 그녀의 발걸음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무거웠나보다. “내 인생에도 제2의 봄날을 맞고 싶다”는 그녀의 솔직한 바람은 관심과 사랑을 먹고 살아야 하는 연기자의 운명을 토로하고 있으니까 말이다.
/연예칼럼니스트 www.writerk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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