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 연기자 새출발 서지영
이제 막 드라마에 얼굴을 내놓은 신인 연기자에게 가장 무서운 대상이 무엇일까. 호랑이 같은 연출자? 매서운 비평의 작가? 아니면 하늘 같은 중견 연기자? 예전에는 이들 중 하나였겠지만 지금은 아닌 것 같다.
스타를 꿈꾸는 신인 연기자에게 요새 가장 두렵고 부담스러운 대상은 드라마 방영 즉시 온라인을 통해 반응을 직설적으로 쏟아내는 네티즌이다. 드라마에 미치는 네티즌의 위력은 막강하다. 얼마 전 SBS의 한 드라마는 여주인공이 네티즌의 집중적인 비난을 받아 결국 드라마 막판에 역할이 눈에 띄게 축소됐다. 최근 KBS 2TV 미니시리즈 ‘미안하다, 사랑한다’에도 네티즌의 비상한(?) 주목을 받는 연기자가 있다. 인기그룹 샵의 멤버였던 서지영이다.
#“어떤 말을 듣더라도 연기는 하고 싶었다.”
서지영은 ‘미안하다,사랑한다’에서 도도한 성격의 톱스타 강민주 역으로 등장하고 있다. 드라마의 주인공 정경호와 소지섭 사이를 오가며 자신의 감정에만 충실한 이기적인 인물. 하지만 내면에는 아픈 상처를 안고 사는 사람이다. 연기자로서 첫 무대에 서는 서지영에게 그리 쉬운 인물은 아니다. 더구나 드라마에서 보여준 그녀의 모습에 대해 아직까지 네티즌의 반응은 결코 호의적이지 않다. 이제 초반부인데도 불구하고 드라마의 인터넷 게시판에는 ‘안티팬’들의 성토가 대단하다. 당사자인 서지영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담담하려고 애쓰지만 저도 사람인데 마음이 편할 리 없죠. 그냥 저의 과거 일에 대한 결과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솔직히 그녀가 그처럼 맹렬한 비난을 받으면서 굳이 가수도 아닌 연기자로 왜 나섰는지 궁금했다. 하지만 서지영의 대답은 간결하고 분명했다.
“이미 각오했어요. 하지만 연기는 어릴 적부터 꿈이었고 이제는 제 업이에요.”
#“2년 전 그때 나는 정말 철이 없었다.”
서지영은 그룹 샵의 해체 이후 2년여 동안 활동을 하지 않았다. 순탄치 못한 팀의 해체과정과 그 당시 보여준 그녀의 모습은 지금 ‘안티팬’들이 비난하는 주요한 근거다. 서지영은 2년 전 샵의 해체와 관련해 “그때 저는 정말 철이 없었어요. 제 주위를 너무 힘들게 했고 지금 생각하면 창피해요”라고 털어놓았다.
한창 절정의 인기를 누리다가 자기 뜻과 상관없이 활동을 중단한 연예인들은 대개 비슷한 금단현상을 겪는다. 늘 바쁘고 분주하게 살면서 사람들의 주목을 받다가 갑자기 자신에 대한 관심이 사라지고 별다른 일 없이 한가해지는 상황에 적응하지 못한다.
서지영 역시 2년 동안 비슷한 상황을 겪었다. 그녀는 2년 동안 밤마다 불면증으로 고생했다. 몸은 편했지만 머릿속과 마음이 온갖 상념과 스트레스로 꽉 찬 것이다. 서지영은 “오히려 새벽까지 촬영 때문에 밤을 꼬박 지새우는 요즘이 더 잠이 잘 와요. 몸은 정말 피곤한데 그 피곤함이 기분 좋아요”라고 말한다.
서지영에게 ‘만약 2년 전과 같은 상황에 다시 놓인다면 어떻게 하겠냐’고 물었다. 그녀는 망설임 없이 “이제 다시는 그런 일 없어요. 그런 바보 같은 행동 안 할 거예요”라며 고개를 저었다.
여전히 그녀의 복귀에 대해 싸늘하고 비판적인 시선을 보내는 네티즌과 이를 극복하고 어릴 적 꿈인 연기자로 인정받겠다고 나선 서지영. 과연 드라마가 끝날 때 그녀를 바라보는 네티즌의 시선이 변할지 궁금하다.
/스포츠투데이 김재범 oldfield@sport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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