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밝고 웃음많은 그녀…성숙한 연기 기대
• 차가워 보이지만 정 많고 재밌는 여자
“제가 만든 쿠키 한번 먹어 보실래요? 제 입으로 맛있다고 자화자찬할 순 없으니까 일단 드셔보시고 말씀해 주세요,호호호.”
숄더백을 뒤지더니 비닐팩에 잘 싸여진 쿠키 하나를 꺼내 건네준다. 이 여인, 10여년 전 도도한 이미지로 남성팬들의 가슴을 뛰게 했던 그 여인이 맞나 싶다. TV를 통해 얼음처럼 차가운 냉기를 내뿜었던 그의 눈빛은 이제 얼음이라도 녹일 것처럼 따스하고 훈훈해졌다.
4일 첫 방송되는 MBC 아침드라마 ‘빙점’을 통해 8년 만에 방송에 복귀하는 최수지(36). 80년대 말 10대 청소년들의 책받침과 연습장 겉표지를 장식했던 ‘청춘스타’는 2004년 가을, 국화 같은 누이의 모습이 되어 돌아왔다.
■딸이 아니라 어머니예요
양쪽 볼에 보조개를 패면서 웃는 모습이 8년으로 펼쳐진 세월을 단숨에 접어 놓았다. “그때랑 지금이랑 달라진 점이요? 주름살이 많아졌다, 몸이 예전같지 않다!요즘 제 두뇌가 많이 놀랐을 거예요. 단순한 생활만 하다가 갑자기 이렇게 많은 대사를 외우려니 말예요.”
앞에 놓인 두툼한 대본을 가리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그는 드라마 속에서 남편의 후배와 밀회를 즐기다 딸을 유괴당하는 병원장의 아내 하윤희로 분한다. “그 전부터 이미 원작(동명의 일본소설)을 여러 번 읽었거든요. 출연제의가 들어와서 딸 역할인가 했더니, 글쎄 어머니 역이더라고요. 제가 완전히 착각한 거죠.”
괜히 서운한 듯 코를 찡긋했지만 말 속에는 여유가 듬뿍 묻어나왔다. “제가 생각해도 여유가 많이 생겼어요. 예전 같았으면 짜증났을 법한 상황에서도 이젠 다른 사람을 먼저 생각하게 되고. 가족에게서 얻는 사랑이 가장 큰 이유인 것 같아요.”
■남편과 지나는 가장 큰 힘!
촬영이 끝나기가 무섭게 눈썹이 휘날리도록 서울역으로 달려가는 이유가 있다. 2년 전 가족과 함께 미국에서 돌아온 뒤 남편 백진범씨(42)의 근무지인 대구에다 보금자리를 장만했기 때문이다. 촬영이 있는 날만 KTX를 타고 서울과 대구를 오간다.
“가족한테 너무 고맙고 미안하죠. 그래서 아무리 피곤해도 집에 가자마자 얼른 손만 씻고 쿠키를 만들어요. 우리 꼬맹이가 잘 먹거든요.”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딸 지나는 엄마가 탤런트로 TV에 나오는 게 마냥 신이 난다.
“엄마가 된다는 건 인내를 키우는 일인 것 같아요. 제가 미국에서 영어도 잘 못하면서 얼굴에 철판 깔고 학부모 모임에 나간 건 다 모성애 때문이었거든요! 남들 다 웃을 때 못 웃고 뒷북치다가 그 후에 결국 랭귀지스쿨에 다녔죠, 호호.”
결혼과 동시에 방송을 떠났다가 몇 년 후 복귀하는 여배우에게는 꼭 좋지 않은 소문이 따라다니기 마련. 물론 그도 예외가 아니었다. “이런 소문 때문에 남편이 오랫동안 망설였어요. 제가 혹시 상처받지 않을까 해서요. 하지만 나는 전혀 신경쓰지 않으니 당신도 아예 인터넷 같은 거 보지말라고 말해줬죠.” 듬직한 성격 때문에 ‘가마솥에 누룽지’라는 별명이 붙은 남편은 ‘주부’ 최수지의 가장 든든한 ‘빽’이다.
■보랏빛 향기 기대하세요
아직 복귀작의 첫 방송도 나가지 않았는데 그는 주저없이 “평생 연기를 할 생각”이라고 한다. 그만큼 연기에 대한 목마름이 강했었나 보다. “연보라색은 부드러우면서도 오묘하고 미스터리한 느낌이 나잖아요. 그런 색깔을 내는 연기자가 되고 싶어요.”
취재기자와 함께 포즈를 취해 달라는 사진기자에게 “아유, 아줌마들끼리 무슨 사진∼”하며 깔깔대던 그에게서 10년 전 느껴졌던 도도함은 이제 사라졌다. “사람들은 아마 이럴지도 몰라요. ‘어머, 최수지 예전엔 예뻤는데 지금은 왜 저래∼’ 그럼 전 이렇게 말할 거예요. ‘이봐요, 당신네들은 안 늙을 거유?’ 호호호.” 도도함이 사라진 자리에 느긋함과 여유가 들어와 있었다.
/스포츠투데이 조범자 anju1015@sport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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