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가문의 3세 중에 조지 P 부시라는 젊은 청년이 있다. 조지 부시라는 이름이 많기 때문에 보통 그를 P 부시라고 부른다. P 부시는 현 플로리다 주지사 젭 부시의 아들이며 현 부시대통령의 조카다. 그가 화제를 모으는 것은 그의 어머니 콜롬바가 멕시칸이기 때문이다. 지난 2000년 공화당 전당대회 때 이 P 부시가 유창한 스페인어로 연설해 히스패닉 커뮤니티 유권자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었다. 이 P 부시가 삼촌의 대통령당선에 기여한 공로는 대단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부시가문 사람들은 웬만하면 스페인어를 한다. 퍼스트 레이디인 로라 부시도 유창하게 스페인어를 구사하고 부시 플로리다주지사 부부는 물론이고, 부시대통령의 어머니 바바라 여사와 부시대통령 자신도 간단한 인사정도는 한다. 해마다 부시대통령은 히스패닉 커뮤니티에 보내는 신년인사를 자신이 직접 스페인어로 말해 라티노에게 인기가 대단하다.
부시는 왜 이렇게 라티노에 관심이 많을까.
그 자신 텍사스주지사를 두 번 거치면서 라티노 표를 얻는 것이 미국정치에서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대가 왔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텍사스의 라티노 인구는 주 전체의 34%다. 라티노의 지지 없이는 주지사당선이 불가능하다. 뉴멕시코(42%)와 캘리포니아(32.4%)에서도 사정은 마차가지다.
지난 2000년 대선에서 부시는 50,456,062표, 고어는 50,996,582표를 얻어 고어가 540,520표나 앞질렀었다. 그런데도 부시가 당선되고 고어가 낙선의 고배를 마신 것은 부시가 선거대의원수가 많은 주에서 고어를 앞지른 까닭이다. 이 선거대의원 많은 주가 바로 라티노 밀집지역이며 마침내 플로리다에서 결판이 난 것이다. 그것도 537표라는 근소한 차이로 당락의 향방이 결정되었으니 고어로서는 원통하기 그지없는 패배였다.
쿠바이민이 많은 플로리다에는 히스패닉 최대의 TV방송국인 ‘텔레문도’와 ‘유니비전’이 있다. 사실 히스패닉 커뮤니티에서는 이 두 방송국이 CBS나 NBC, ABC보다 훨씬 영향력이 있다. 당시 부시는 텔레문도와 유니비전에 광고비로 228만 달러를 쓴 반면 고어는 96만달러밖에 안 써 두 후보의 라티노에 대한 관심차이를 뚜렷이 드러냈다. 결국 부시의 라티노 집중공략 작전이 성공한 것이다. 부시는 당선된 후 소감에서 “나의 당선을 결정적으로 도운 것은 라티노들의 표였다”고 말할 정도였다.
미국의 라티노 인구는 2125년에는 백인인구를 앞지르는 것으로 나타나 있다. 그리고 백인인구는 2050년부터는 마이너리티 전체인구보다 적어지는 것으로 되어있어 미국에서 마이너리티 출신 대통령이 탄생할 가능성이 내다보이는 단계에 와있다.
입에 오르내릴 수 있는 마이너리티 후보중의 한 명이 바로 요즘 화제를 모으고 있는 플로리다 주지사의 아들 조지 P 부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부시가문은 3대에 걸쳐 대통령을 배출할 꿈을 키우고 있는 모양이다. 웃어넘길 일이 아니다. 부시집안이 뛴다면 가능한 이야기라고 본다. 라티노 인구의 급팽창을 고려하면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다. P 부시는 어머니가 멕시칸이기 때문에 라티노에게 굉장히 인기가 있으며 그는 이미 히스패닉 커뮤니티의 떠오르는 별로 자타가 인정하고 있다. 이번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P 부시의 역할을 지켜보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다. 그리고 부시대통령이 라티노들의 표를 얻기 위해 어떤 제스처를 쓰는 가도 지켜볼 만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철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