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여성을 이해하면 그리스가 보인다”는 유럽 속담이 있다.
그만큼 그리스 여성은 개성이 강하고 다른 유럽 여성들과는 다른 데가 있다. 이번 아테네 올림픽에서 ‘기적을 만들어 낸 사람’으로 평가받고 있는 다스칼라키 아테네 올림픽조직위원장과 바코야니 아테네 시장도 모두 여성들이다.
“시가, 시가(천천히 라는 뜻)”를 국민성으로 삼고 있는 그리스가 “올림픽을 치를 자신이 없으면 반납하라”는 경고까지 IOC(국제올림픽위원회)로부터 받게되자 남자들이 물러나고 여성들이 등장하게 된 것이다. 게다가 두 여성 모두 보수파인데다 글래머다.
그리스 여성을 세계에 알린 사람은 오페라 가수 마리아 칼라스와 레지스탕스 출신 영화배우인 메리나 메르꿀리다. 그리스인들에게 “가장 존경하는 정치인이 누구냐”고 물으면 주저하지 않고 “메리나 메르꿀리”라고 대답한다. 94년 메르꿀리가 폐암으로 죽었을 때 장례식을 국장으로 치른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리스 우표 중에 메르꿀리가 두 손을 치켜들고 V자를 그린 가운데 수많은 그리스 여성들이 국기를 흔들며 환호하는 것이 있는데 이 우표가 그리스 여성들의 사회 지위를 잘 표현하고 있다.
오페라 ‘토스카’를 부르기 위해 태어났다는 마리아 칼라스는 뉴욕 출신 그리스계 이민 2세였으나 말년 미국적을 버리고 그리스로 귀화했으며 자신이 죽으면 화장된 유해를 그리스 앞 바다에 뿌려 달라는 유언을 남겼을 정도로 그리스 사랑이 강했다. 그녀는 남편이 있는 몸으로 오나시스와 염문을 뿌렸고, 이탈리아 대통령이 참석한 오페라 공연에서 자신의 목소리가 마음에 안 든다고 중간에 뛰쳐나온 강심장 여인이다.
그러나 재클린에게 오나시스를 뺏긴 후에는 상심하여 두문불출했다.
그리스에서는 결혼할 때 여자 쪽에서 집을 마련하는 것이 혼례 풍속으로 되어 있다. 그래서 딸 가진 부모는 허리가 휠 지경이고 부모가 경제 능력이 없으면 오빠와 남자동생이 그 짐을 진다. 그 대신 결혼 후에도 집 명의가 여자 이름으로 등기되며 남자가 이혼하면 홈리스가 되기 때문에 바람은 피워도 절대 부인에게 이혼 해주지 않는다고 한다. 또 장녀 상속제도가 인정되는 나라다. 이래저래 나이 들수록 남자는 호랑이에서 고양이로 변하고, 여자는 고양이에서 호랑이로 바뀌어 남자들 대부분 자연스럽게 ‘엄처시하’에 놓이게 되는 모양이다. 여권은 부동산 권리에서 시작된다는 얘기다.
재미있는 것은 부부가 파티에 가거나 나들이할 때 다른 남자들이 자기 부인에게 한눈을 팔고 추근추근 대는 것을 남편들이 자랑스럽게 여기며 부인이 다른 남성들의 시선을 못 끌면 창피하게 생각한다는 것이다.
아테네의 수호신은 여신인 아테나다. 그런데 여성답지 않게 창을 들고 투구를 쓰고 있다. 요즘 올림픽 중계 때마다 나오는 파르테논 신전이 바로 아테나 여신을 모시는 신전이다. 아테나 여신은 지혜의 여신으로만 알려져 있으나 전쟁의 여신이기도 하다. 호머의 ‘일리아드’의 트로이 전쟁 부분에서 아테나 여신이 잘 그려져 있다.
이밖에 제우스신의 아내 헬라의 극성과 파워게임에서도 그리스 여성의 성격을 엿볼 수 있다. 신중의 신인 제우스 자신이 공처가다. 소크라테스의 아내를 언급하지 않더라도 이제 그리스 여인들이 어떤 여성들인지 대략 그림이 그려질 것이다. 그리고 이번 아테네 올림픽이 왜 여인천하인지도 이해가 될 것으로 믿는다.
이철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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