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남강 <실버스프링, MD>
며칠 전 방송에서 한인사 편찬을 주제로 한인회 측과 몇몇 청취자 사이에 의견이 오가는 것을 들었다.
먼저 떠오른 것은 이른바 한인의 역사책을 누가 누구를 위해 만든다는 것인가 하는 의문이다. 이미 미국 시민권을 받고 미국에 몸과 마음을 바치겠다고 선서한 한국계 미국인들이 미국을 위해 편찬하겠다는 것인지, 아니면 아직 한국 국적을 가진 대한민국 국민들이 동포의 자격으로 만들겠다는 것이지가 궁금하다. 이곳 한인회는 법적으로 한국 국적을 가진 한인들이 조직하고 구성 주체가 되어 활동하고 있으리라는 생각인데 그간의 시시비비를 보면 이도 저도 아닌 두리뭉실의 혼합조직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시민권자, 영주권자를 따질 이유는 없다. 중요한 것은 한인사 편찬은 준비과정을 무시한 졸속성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는 점이다. 도무지 편찬을 위한 면밀한 준비과정이 보이질 않는다. 무릇 역사물 편찬을 위해서는 모든 기록과 자료의 수집, 정비 작업이 선행돼 있어야 하는데 그런 작업을 완수해 두었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으니 답답할 따름이다. 도대체 미주 한인회가 몇 년의 역사가 되었건 연도별로 수집 정비된 각종 자료집은 있다는 건가, 없다는 건다. 그런 자료집의 집대성 없이 편찬사업을 어떻게 하겠다는 건가.
대체로 역사물이란 완벽하게 정리된 자료를 이용하더라도 ‘한 세기(100년)’ 단위로 발간하는 경향이다. 물론 10년사, 20년사라는 간행물이 없는 것은 아니다. 심지어 1년사, 2년사도 눈에 띄기는 하지만. 그러나 이런 것은 성급하고 무분별한 짓이고 적어도 당대 사람들이 생존해 있는 진행형의 현세에 그 당대를 논하는 역사물을 배포하는 것은 지극히 바람직하지 못한 일일 것이다.
우리나라 역사에서도 일개 사관이 초한 사초일지라도 군왕도 보거나 간섭할 수 없는 것이 불문율이고, 사초는 사고에 보관된 채 당대 인물들의 관 뚜껑을 닫은 훨씬 뒤에 햇빛을 보기 마련이었다.
한인회가 한인사를 기어코 편찬하겠다면 우선 편찬위원을 상주시켜 매 연도별 자료집부터 수집 발간하여 각 요로에 배포 보관케 하는 것이 올바른 1차 작업일 것이다. 그런 자료집이 초년부터 2004년까지 완성되면 그 후 한 5, 60년 후에 정식으로 전문가를 위촉하여 ‘집필위원회’를 구성 집필케 하되, 결코 관련 인물의 후손, 척친을 가진 부류는 근접시켜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오늘의 우리는 4, 5대 후의 후손을 위해 존재하는 밑거름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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