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커스는 오닐(뒤)과 브라이언트의 권력싸움이 코트로 번져 정상탈환에 실패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조직의 쓴맛을 본 코비·샤킬
레이커스 패인분석 및 장래전망
LA 레이커스는 어차피 우승해서는 안 되는 팀이었다. 이렇게 집안 분위기가 어수선한 팀이 정상에 오르면 챔피언의 위상이 떨어진다.
레이커스는 사실 올 시즌 온갖 진통을 다 겪어 결승전까지 올랐다는 그 자체가 놀랍다. 샤킬 오닐과 코비 브라이언트가 ‘원투펀치’를 이루는 강팀에 명예의 전당 입성이 분명한 두 스타 칼 말론과 게리 페이튼이 합류, 그 모두들 레이커스를 ‘드림팀’이라고 부르며 우승은 기정사실인 것처럼 말했지만 말론과 페이튼은 결론적으로 팀을 잘 못 골랐다. 오닐과 브라이언트의 권력싸움은 결국 코트로 번졌기 때문이다.
브라이언트는 우선 몸도 마음도 100%가 아니었다. 오프시즌에 받은 무릎수술로 인해 몸을 제대로 만들지 못해 커리어 최다 17경기에 결장했다. 게다가 성폭행 혐의까지 겹쳤다. 콜로라도 법정을 오가며 경기를 치러야하는 등 웬만한 정신력으로는 견뎌낼 수 없는 시즌을 보냈다. 그러면서도 오닐과는 시즌 내내 신경전을 벌였다.
오닐도 불평불만이었다. 그러면서 자유투 성공률은 50% 아래로 떨어졌다. 32살이 된 오닐은 스피드도 예전 같지 않다. 디트로이트 피스톤스가 오닐을 더블팀 디펜스로 막지 않은 것이 상징적이다. 오닐은 또 이번 결승 시리즈에서 피스톤스의 ‘기둥’ 벤 월래스에 오펜시브 리바운드를 너무 많이 허용, 필 잭슨 감독은 물론 보는 사람마저 머리를 쥐어뜯고 싶게 만들었다.
오닐이 피스톤스 시리즈에서 패스를 충분히 받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1차전에서 야투 16개 중 13개, 4차전에서 21개중 16개를 성공시킨 오닐보다 야투 성공률이 30%도 안 된 브라이언트가 슛을 훨씬 많이 쏜 것은 가장 큰 패인중에 하나가 분명하다. 그러나 마이클 조단이나 래리 버드, 또는 팀 덩컨이 입이 삐죽 나와 동료들을 그렇게 공개적으로 비난했던 적은 기억에 없다.
불쌍한 말론은 운도 없었다. 커리어 첫 18년 동안 없었던 부상이 19년째에 찾아와 무관의 한을 풀지 못했다. 그러나 말론은 NBA 역대 개인통산 최다득점 기록을 눈앞에 두고 있기 때문에 은퇴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도사’ 명성의 잭슨 감독이 가장 실망스러운 것은 페이튼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것. 페이튼과 같은 속공과 포스트플레이에 능한 포인트가드를 두고 이제는 한물 간 듯한 ‘트라이앵글 오펜스’를 고집할 필요가 없었다. 또 정작 ‘코트의 심리학자’라면 잭슨 감독은 페이튼이 그렇게 자신감을 잃도록 내버려두지 말았어야 했다.
페이튼은 잭슨 감독과 ‘트라이앵글 오펜스’에서만 벗어나면 다시 잘 뛸 선수다. 잭슨 감독은 2년 전 미치 리치먼드처럼 주어진 ‘자료’를 최대한으로 활용하지 않고 ‘자료’가 무엇이든 같은 요리를 만들겠다고 고집하는 경향이 있다. 리치먼드도 잭슨 감독 아래서는 ‘바보’가 됐다.
페이튼은 잭슨 감독이 예상대로 은퇴하면 레이커스에 남을 수도 있다. 그러나 레이커스는 올해 “너무 늙고 느려” 정상탈환에 실패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재계약을 포기할 수도 있다.
레이커스는 아직 “철이 덜 든” 브라이언트와 오닐은 물론 페이튼과 말론까지 일제히 한 번씩은 “시즌이 끝나면 팀을 떠나겠다”고 떠버리는 등 올해 팀 컨셉트를 전혀 보여주지 못했다. 챔피언 프로필이 아니었다. 상대 선수들을 하나씩 맡아 1대1로 붙었으면 압승을 거뒀겠지만 농구는 매치플레이가 아니다. 그나마 피스톤스가 래리 브라운 감독 아래 똘똘 뭉쳐 ‘조직의 쓴맛’을 보여줘 다행이다.
<이규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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