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다 보면 좀 우습다는 생각이 들어요. 직원들이 근무하면서 저마다 다른 직장들을 알아보고 있거든요”
미국 대기업에서 전문직으로 일하는 한 20대 한인 2세의 말이다.
“한 직장에서 2년 정도 일하고 나면 대개 다른 곳으로 옮길 생각을 해요. 직장 내에서도 이직을 당연시하지요”
“무슨 일이든 꾸준히 한 우물을 파야…”“은근과 끈기로 초지 일관…”을 삶의 기본 자세로 배워온 한인1세대에게는 잘 이해가 되지 않는 취업 패턴이 요즘 미국의 젊은 세대들에게 널리 퍼져있다.
어느 직장이든 한번 입사하면 정년 퇴직할 때까지 ‘평생 직장’으로 여기며 살던 것이 중년세대의 정서. 이력서에 너무 여러 직장이 나열돼 있으면 ‘뭔가 직장 생활에 문제가 있는 사람’혹은 ‘의리 없는 철새 직장인’으로 좋지 않게 평가를 받던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런데 요즘 미국의 젊은 세대 사이에서는 이력서가 복잡할수록, 다시 말해 직장을 많이 옮길수록 바람직하다는 인식이 퍼져있다. 연령층으로 보면 20세에서 34세 사이의 신세대 직장인들.
미국 전체 노동인구의 1/3 정도를 차지하는 이들 세대에게 ‘직장에 몸을 담는다’는 개념은 없다. 고용주와 계약을 맺어 노동력과 기술을 제공하고 거기에 대한 대가를 받는다는 개념이 있을 뿐이다. 그래서 더 나은 조건이 제시되면 언제든 부담 없이 다른 고용주와 계약을 맺는 것이다.
“순전히 비즈니스 일 뿐이에요. 고용주도, 고용인도 이런 일을 사적인 감정으로 받아들이지는 않아요”
이들 신세대가 ‘한 우물’을 파지 않는 이유는 두 가지로 해석된다. 첫째는 취업 시장에 대한 불신. 경기가 나빠지면 가차없이 감원을 당해 직장을 잃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에 자기 일자리는 자기가 책임질 수밖에 없다는 인식이다. 한 사회학자의 분석이다.
“80년대와 90년대 불경기 때 거대 기업들이 무더기 감원을 했지요. 지금 젊은 세대는 그때 부모가 하루아침에 실직자가 되는 것을 본 세대입니다”
아울러 이들이 직장을 옮겨 다니는 목적은 더 나은 보수와 새로운 분야 익히기. 변화가 급속한 하이텍 시대에 한 직장에서 똑같은 일만 계속 하다보면 혼자 뒤쳐지게 된다는 것이다. “새로운 능력은 또 더 나은 보수로 연결이 되지요”
스스로 자기의 상품성을 높여서 적극적으로 거기에 합당한 대우를 받겠다는 태도이다. ‘한 우물’의 시대가 막을 내리고 있다.
<권정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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