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옥수<화가>
작년 12월에, 70을 넘긴 남편과 70을 바라보는 내가 과감하게 깜짝 이사를 했다. 좀더 따듯한 곳을 찾아 남쪽으로 가야겠다고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그날따라 오후의 햇살이 유난히 밝아서 차를 몰고 무작정 나왔다가 우연히 들어가 본 ‘Open House’에 매료되어서였다. 내려다보이는 툭 트진 전경(view)과 시야에 확 들어오는 넓은 하늘이 우리들을 잡았다. 지금은 그림을 마음 편하게 그릴 수 있는 아늑한 공간에도 시시때때로 변해주는 하늘에도 감사할 뿐이다.
30여년 전 그때에도 급하게 과감하게 이사를 했던 생각이 난다.
그 때 우리는 이촌동에 있는 방이 둘 뿐인 아파트에 살다가 딸과 아들이 자라면서 청담동에 새로 짓는 아파트를 분양 받아 이사를 했다. 새집에 정이 들고 동네에 익숙해 졌을 무렵 경기고등학교가 강남으로 이사를 온다고 했다. 그 소문으로 부근의 집 값은 물론 땅값까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청담동 동사무소의 일은 넘쳐 나서 손이 모자라 쩔쩔 매고 근처의 공기는 들 떠 있고 만사가 술렁 술렁 흔들리고 있었다. 국가는 학교 평준화를 시도하여 학생들을 제비 뽑아 배정하고 있는데… 국민들의 마음엔 아직도 등급 의식이 남아 있어서 경기고등학교에 배정 받으려고 이렇게 부끄럽게 입으로는 맹모삼천을 외치면서 몰려다니고 있었다.
주위는 아파트 붐에다 학교까지 끼어 들어서 혼란스러워 졌다. 안정성을 잃어 가는 이 세상, 교육의 근본도 인성의 조성도 상관없는 이 세상이 앞으로 어찌 될 것인가 사뭇 걱정스러웠다. 우리는 이렇게 흥분 되어 가는 군중에서 달아나고 싶었다. 알지도 못하고 흘러가는 거센 물결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그래서 다시 옛 동네로 이사를 해 버렸던 것이다.
이사를 한다는 것은 생활에 변화를 주고 새로운 활기를 우리에게 주어서 좋다. 다람쥐 채 바퀴 도는 것처럼 반복되는 권태에서 벗어나게 해주고, 허접스런 살림을 정리하게 해주어서 좋고 환경을 청결케 해 주고 이른 새벽부터 밤늦도록 부지런히 움직여야하는 것이 운동면에서도 좋다. 새로운 계흭도 세우고 생활의 패턴도 바꿔보는 이런 이사 자주 시도해 볼만한 일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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