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연합뉴스) 이창섭특파원 = 토니 블레어 총리가 19일 영국 민주주의의 심장부인 국회의사당에서 하원의원들의 대정부 질의에 답변하던 도중에 자줏빛 분말 세례를 받고 긴급 대피하는 소동이 빚어졌다.
이날 하원 귀빈 방청석에 잠입한 아버지 권리 운동단체 운동원 한 명은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던 블레어 총리를 향해 5년간 아이들을 보지 못했다. 알고 있느냐며 자줏빛 분말로 가득 찬 콘돔을 블레어 총리를 향해 투척했다.
함께 있던 다른 운동원 한 명은 분말 투척과 함께 신문 크기의 종이를 펼쳐 들었으나 어떤 내용이 적혀 있었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어깨에 분말을 뒤집어쓴 블레어 총리는 순간 몸을 움츠렸으며 의원들과 경호요원들에 둘러싸여 의사당을 황급히 빠져나갔다. 12시20분께 발생한 이날 사건으로 70분간 정회가 선포됐으며 마이클 마틴 하원 의장은 보안상태를 전면 재점검하라는 긴급 명령을 하달했다.
블레어 총리를 향해 투척된 자줏빛 분말은 염색한 옥수수 가루인 것으로 드러났으나 의원들은 탄저균이나 리신 등 독극물이 살포됐다면 총리를 비롯한 의원들 다수가 사망하는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분말을 투척한 이 남자는 다른 운동원 한 명과 함께 상원의원의 초대를 받아야만 입장할 수 있는 귀빈 방청석에 앉아 있었으며 사건 직후 현장에서 체포됐다.
하원은 알-카에다가 하원에 독극물 살포를 계획하고 있다는 첩보가 입수됨에 따라 일반 방청석 앞에는 방탄유리를 설치했으나 귀빈 방청석 앞에는 아무런 보안 장치를 세우지 않았다.
이날 분말 투척 사건과 관련, 아버지 권리운동단체인 `파더 4 그룹’(Father 4 Group)은 아이를 둔 아버지인 블레어 총리도 아이를 만나지 못하는 아버지의 어려움을 알아야 하기 때문에 분말을 투척했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자주색은 평등을 상징하는 색깔이라고 말했다.
한편 블레어 총리는 분말이 옥수수 가루인 것으로 밝혀진 직후 다시 의사당으로 복귀해 주례 대정부 질의응답 시간을 계속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했으나 소란이 계속되자 총리 관저로 돌아갔다.
이날 분말을 투척한 인물은 `파더 4 그룹’의 열성 운동원인 론 데이비스(44)로 신원이 확인됐다. 이 단체는 이혼한 아버지에게도 아이들에게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도록 허용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lc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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