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해를 보냈다는 것은 내 인생에서 배급받은 시간 중 365일을 써버렸다는 의미가 된다.
산다는 것은 시간을 쓰는 것이다.
요즘처럼 사람들이 헬스클럽을 열심히 다니고, 몸에 무슨 무슨 영양제가 좋네 하며 극성을 떨고 다니는 세상에서는 80세까지 사는 것이 별로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의학자들은 말하고 있다.
인간 평균수명 80세의 시대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 80세까지 사는 것을 구체적으로 계산해보면 인간은 태어나서부터 2만9,200일을 배급받는 셈이다. 새해 50세가 되는 사람은 앞으로 1만950일이 남았고, 60세는 7,300일, 70세는 3,650일 남는 것이 된다.
이 남은 날들을 어떻게 쓰느냐. 이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삶의 숙제다. 이같은 삶의 한계성 때문에 개인에게 인생관과 가치관이 필요한 것이다. 새해 결심은 1월1일에 새로 배급받은 365일을 어떻게 쓸 것인가를 마음먹는 것이다.
시간은 그릇과 같다.
냉면을 담으면 냉면그릇이 되는 것이고 비빔밥을 담으면 비빔밥그릇이 되는 법이다. 시간에 담겨진 내용이 중요하다. 그래서 소크라테스는 사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떻게 사느냐가 중요하다고 삶의 의미를 정의한 것이다.
나에게 주어진 시간에 무엇을 담을 것인가.
새해 첫 아침 한번쯤 생각해 볼만한 과제다. 나는 내 시간의 선장이다. 시간은 내가 하늘로부터 받은 재산이다. 아니 누구나 똑같이 받은 재산이다.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사람이 달라진다.
정신 없이 비즈니스에만 매달리는 사람들이 있다. 이 사람은 시간의 노예다. 돈 있고 시간 없으면 진짜 부자가 아니다. 돈 있고 시간 있어야 부자라고 할 수 있다.
지난 여름 폴란드의 아우슈비츠 나치수용소에 취재간 적이 있다. 그때 기자가 피부로 느낀 것은 시간의 가치였다. 수용인들은 개스처형실에 들어가기 전 가족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깡통에 넣은 다음 땅에 파묻은 것들이 후일 발견되었는데 그 내용들은 한결같이 자신이 아내나 자녀들과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지 못했던 것에 대한 뼈아픈 후회였다. 시간이 많았을 때는 시간의 가치를 모르다가 죽음의 앞에 서서야 비로소 자신이 시간을 어떻게 낭비했는가를 알게 된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돈 낭비는 아까워해도 시간 낭비는 아까워하지 않는다. 높은 산에 올라가 고산증을 앓아야 산소가 얼마나 귀중한가를 느끼는 것처럼 사람은 죽음 앞에 섰을 때 시간의 가치와 의미를 파악하게 된다. 따라서 나이가 먹는 것의 절대절명의 과제는 시간관리다.
시간은 양이 아니라 질이다. 덮어놓고 가족들과 시간을 많이 보낸다고 해서 좋은 것이 아니다. 짧더라도 의미가 있는, 알맹이가 꽉 찬 그런 시간을 보내야 한다. 왜냐하면 젊은이의 시간이 미아리 땅값이라면 나이 먹은 사람들의 시간은 명동 땅값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도 골라서 만나야 하고 피곤한 사람들을 피하는 것도 시간의 질적 사용의 한 방법이다. 책도 아무 것이나 읽지 말고 살이 되고 피가 되는 것으로 골라서 읽어야 한다. 쓸데없는 모임에 나가 남 비방하는데 맞장구 치는 것도 시간낭비다.
나이 먹는 것만 걱정하고 시간관리는 어떻게 되겠지하고 맥놓고 지내는 분들을 주변에서 많이 본다. 산다는 것은 배급받은 시간을 쓰는 것이다. 시간의 비밀을 푸는 것이 현명하게 나이 먹는 비결이다.
chullee@koreatimes.com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