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순 이웃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괴짜 백만장자가 11일 무죄 평결을 받았다.
뉴욕 부동산 대기업의 상속자인 로버트 더스트(60)는 지난 2001년 9월 텍사스에서 모리스 블랙(71)을 죽인 후 톱과 도끼로 시신을 토막내 갤버스턴만에 버렸다고 시인했으나 정당방위였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날 유죄평결을 받았을 경우 5∼99년의 징역에 처해질 수 있었다.
검찰은 이번 재판에서 21년 전 실종된 더스트의 부인 캐슬린에 대한 수사가 재개되자 더스트가 블랙의 신원을 도용하기 위해 그를 의도적으로 살인했다고 주장했다.
더스트는 수사가 재개되면서 야기된 뉴욕 언론의 조명을 피하기 위해 지난 2000년 11월 가발과 드레스를 입고 벙어리 여성으로 변장한 채 갤버스턴에 도착했고, 블랙과 친한 친구가 됐으나 그의 공격적인 성격 때문에 사이가 벌어졌다고 증언했다.
더스트는 사건 당시 블랙이 자신의 아파트로 침입, 방안에 있던 총을 집어들 태세를 취하기에 이를 막으려 몸싸움을 벌였다고 말했다. 그는 이후 발생한 상황에 대해 거의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진술했으나 변호단은 그가 우발적으로 총을 발사했거나 정당방위였다고 주장했다.
더스트는 내 가장 친한 친구를 죽이진 않았지만 토막은 냈다고 말했다.
텍사스에서 가장 유명한 변호사들로 구성된 변호단은 당시 더스트가 알콜의 영향으로 당황한 상태에서 시신을 숨기기 위해 토막을 냈다고 주장했다. 또 변호단이 증인으로 부른 전 소셜워커는 블랙이 일본에서 미군으로 복무했을 때 부인을 죽인 미군 병사를 죽였다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블랙이 죽은 후 뉴올리언스로 도주했다가 갤버스턴으로 돌아온 더스트는 보석금을 내고 풀려난 후 다시 도주했다. 그는 차 트렁크에 3만8,000달러의 현금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게에서 5달러짜리 샌드위치와 붕대를 훔치려다 걸리는 바람에 6주만에 다시 체포됐다.
캐슬린 더스트의 형제 제임스 맥코맥은 어떻게 12명의 배심원들이 증거를 모두 보고도 무죄라고 동의할 수 있느냐며 이날 평결에 충격을 나타냈다. 더스트도 무죄평결을 들을 순간 입을 벌리고 놀란 표정이었다.
배심원단은 5일에 걸친 논쟁 끝에 검찰의 증거에 의심의 여지가 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배심원 크리스 로벨은 마음이 12번은 바뀌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더스트가 아직 완전히 법망에서 벗어난 것은 아니다. LA 수사관들은 캐슬린이 실종된 당시 더스트의 대변인으로 일했던 수잔 버만의 살인사건에 대해 그를 심문할 계획이다. 버먼은 더스트와 관련해 수사관들의 심문을 받을 예정이었으나 2001년 12월24일 뒷머리에 총을 맞은 변사체로 발견됐다.
더스트가 상속자인 더스트사는 1960년대 타임스퀘어의 주요 지주가 된 10억달러 이상 규모의 부동산 기업이다. <우정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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