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전 서울에서 이회창씨(당시 한나라당 총재)와 인터뷰를 끝낸 후 측근인 K의원과 차를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그 때만해도 노무현씨의 이름은 떠오르지도 않았고 이회창 대세론이 지배적이었다.
이회창 대세론이 선거자금 모으는데는 결정적이겠네요. 재벌들이 앞다투어 돈을 가져올 테니 말입니다
모르시는 말씀, 재벌들이 얼마나 약은데요. 그렇게 쉽게 돈 내놓지 않습니다
미리 갖다주면 적은 액수로 더 생색낼 수 있는 것 아닙니까?
그렇지 않아요. 그 사람들도 자기 나름대로 계산하는 타이밍이 있습니다
그 타이밍이 언제요?
선거막판입니다. 어느 쪽이 이길 것이라는 윤곽이 드러나기 시작할 때 비로소 베팅을 합니다. 승산이 있는 쪽에 크게 하죠.
그럼 이기는 쪽에 가는 돈과 지는 쪽에 가는 돈의 액수가 틀리겠네. 사람차별 하는 것이 알려지면 나중에 더 말썽 날텐데…
물론이죠. 그러니까 저쪽에서도 머리를 많이 씁니다. 요즘 DJ한테 당하고 있는 기업들을 잘 살펴보세요. 선거 때 차별대우했다가 괘씸죄로 볼기 얻어맞는 케이스가 있어요.
양 후보에게 똑같이 주면 안됩니까?
그렇게 되면 공평할지는 모르지만 생색효과는 반으로 줄죠. 똑같이 주면 당선 가능성이 있는 후보 쪽에서는 기분 나빠해요. 우릴 어떻게 보고 이러느냐. 차별 안 두는 게 이때는 죄가 되는 겁니다
도대체 왜 그렇게 돈이 필요한 겁니까?
한국에서는 선거가 곧 돈 싸움입니다. 후보가 어디 가서 유세하면 사진과 플래카드를 흔들며 환호하는 군중들 봤죠? 그게 모두 일당 주고 동원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렇게 북적대야 TV 뉴스 효과가 있으니까 어쩔 수 없어요
돈 안들이고 선거하는 방법은 없습니까
그건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국민들도 입으로는 깨끗한 선거 외치면서 한쪽으로는 손 내밀어요. 그런데 선거는 이겨야 하는 게임이고… 정직한 사람이 이겨야 하는데 정직한 사람이 지니까 이게 문제라 이겁니다
결국 국민의 의식개혁 없는 한국사회의 부정부패 수술은 불가능하다는 이야기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개혁을 부르짖지만 개혁의 열매 따먹는 계층은 따로 있기 때문에 국민이 믿지 않는다는 것이다.
미국에서 선거 때 부시의 참모 집에 GE나 GM 같은 재벌이 사과궤짝에 100달러짜리 현찰을 꽉 채워 밤에 나르는 일이 있을 수 있을까. 상상도 못할 일이다.
왜? 누가 봐도 말이 안되기 때문이다.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일에 속한다.
사정개혁은 통치자의 목적 달성을 위해 사용되는 하나의 집권수단일 뿐이다. 한국에서 일고있는 SK 파동은 결국 구정치인들은 썩었으며 사람을 바꿔야 정치판이 바뀐다는 결론으로 이어질 것이다.
그것은 곧 기존정당에 대한 불신을 의미한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누구에게 유리하겠는가. 말할 것도 없이 정치판 체질을 바꾸려는 노무현 정부의 방향과 일치한다.
이런 시각에서 보면 현정권의 사정개혁과 야당의 특검 주장, 민주당의 노무현 선거자금 물고늘어지기 등이 왜 진행되고 있는가를 짐작할 수 있다.
개혁이라는 간판을 내세우고 있으나 사실은 칼자루 쥔 측의 정국수술이다. 한국에서 펼쳐지고 있는 오늘의 부정부패는 국민의 의식개혁 없이는 백년하청에 불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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