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지리아 간음녀 기사회생
국제 구명 여론에 재판부 굴복
’투석사형’ 집행 직전 판정 번복
이혼 9개월 후 임신, 간통녀 몰려
상대남자 책임회피로 사형판결 확정
이혼 후 사생아를 낳은 혐의로 돌에 맞아 죽는 ‘투석 사형’을 선고받았다가 25일 상고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아미나 라왈(31)은 나이지리아 지도에도 수록되지 않은 조그만 마을의 평범한 여성이었다. 그러나 그는 지난해 딸을 출산하면서 본의 아니게 아프리카 인구 최고 국가인 나이지리아에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인물이 되었다.
라왈이 지난해 3월 투석 사형을 선고받은 이유는 이혼한 지 9개월 이상 지나 임신했다는 것이었다. 이슬람 율법인 샤리아 법 아래서 혼외 임신은 간통죄를 입증하는 충분한 증거였다.
라왈은 아이의 아버지가 결혼을 약속했었다고 호소했으나 그 남성은 자신이 아버지가 아니라고 잡아뗐다. 그는 3명의 남자 증인들을 내세워 결혼을 약속한 적도, 아이를 갖게 만들지도 않았다고 주장했다. 샤리아법은 남성 3명의 증언이 있을 경우, 당사자의 주장이 입증된 것으로 간주한다.
결국 아이의 아버지는 무죄 판결을 받았고 라왈에게는 사형이 선고됐다.
지난해 8월 항소심에서도 사형선고가 확정됐으나 라왈에 대한 사형은 딸 와실라가 젖을 뗄 때까지 유예됐다. 라왈은 거의 2년 동안 부친의 집에서 와실라를 기르며 목 아래로 몸이 땅에 묻힌 채 죽을 때까지 머리에 돌을 맞는 잔인한 형벌을 기다리고 있었다.
라왈의 케이스는 샤리아법 제도와 이를 둘러싼 나이지리아의 종교적 갈등을 다시 부각시켰다. 샤리아법은 1999년 말 처음 도입된 이후 나이지리아 북부 지역에서 확산돼 현재 36개 주 중 12개 주가 채택했다.
세계 각국 정부와 인권단체들은 샤리아법의 철폐를 주장하며 나이지리아 연방 정부를 압박하고 있으나 나이지리아의 북부의 이슬람 주민들은 대부분 샤리아 법만이 자신들의 종교와 불명예스러운 범죄를 다루는 핵심이라며 이를 옹호해 왔다. 샤리아법은 기독교도에게는 적용되지 않지만 이 법을 둘러싼 두 종교간의 유혈 충돌로 수천명이 사망하기도 했다. 1999년 이후 종교 및 민족 갈등으로 약 1만명이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
이슬람 율법의 최고법원인 샤리아 항소법원은 25일 5인 재판부 중 4명의 합의로 라왈에게 무죄를 선고, 기독교도인 나이지리아 대통령이 사면으로 직접 개입할 경우 초래될지 모르는 종교적 갈등을 비껴갔다.
그러나 이번 판결은 절차상 문제에 근거한 것으로 국제 인권커뮤니티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항소법원은 라왈의 자백이 4번 반복되지 않았으므로 재판에 사용될 수 없었으며 1심이 3인 재판부가 아닌 판사 1명에 의해 진행된 것도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항소법원은 작년 3월에도 같은 혐의로 사형을 선고받은 여성을 국제적인 압력아래 무죄로 석방시킨 바 있다. 한편 지난해 8월 간통 혐의로 투석 사형을 선고받은 파티마 우스만과 아흐마두 이브라힘의 항소심이 진행 중 이어서 이번 판결이 이들의 운명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라왈은 이날 법원에서 딸 와실라를 안고 머리를 숙인 채 판결을 들었다. 그는 무죄 판결에 대해 기쁘다. 신은 위대하시고 이를 가능케 하셨다. 집으로 돌아가 결혼하고 정상적인 삶을 살고 싶다고 말했다.
<우정아 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