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민지 농민과 영국군이 최초로 충돌한것은 미국독립선언이 있기 1년전인 1775년 4월 매서추세츠의 콩코드에서 였다. 영국군은 이곳에 식민지 민병대 무기고가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출동 했었는데 수색을 마치고 돌아가려는 순간 어디서 나타났는지 총을 든 농민들이 이들을 포위하고 있었다. 이렇게 눈깜짝할 사이 총을 들고 나타나는 민병을 당시에는 미니트맨이라고 불렀다. 몇분만에 출동한다는 뜻도 있다.
영국군은 미니트맨들과의 전투에서 대패 했다. 세계 막강을 자랑하는 영국군이 농민에게 패했다는 것은 영국에게는 수치스런 일이었고 미국인들에게는 사기충천의 대승전이었다. 이것이 미국역사에서 자랑으로 삼는 이른바 ‘콩코드 전투’다.
원래 미국에는 정규군이라는 개념이 없었다. 마을에 종만 울리면 밭을 갈던 농부들이 총을 들고 달려와 싸우는 것이 전통으로 되어있다. 전쟁이 나면 참가했다가 끝나면 집으로 돌아와 농부가 되는 시스템이다. 대신 총은 항상 갖고 다니며 밭을 갈때도 옆에다 놓아두었다. 요즘말로 표현하면 준비된 군인이 미국의 농민이었다. 미국은 건국때부터 게릴라군식 체제를 갖추고 있었으며 베트콩 전술은 원래 미국의 민병대 전술이었다.
독립전쟁에 참가한 미국민병대는 그야말로 오합지졸 이었다. 농민, 직공, 건달, 사기꾼, 모피장사, 도둑, 사냥꾼등 각양각색의 서민들이었다. 이들 오합지졸이 막강한 영국군을 이긴것이다. 영국의 찰스3세 자신도 영국정예군이 오합지졸 미국민병대에 패했다는 것을 믿지 않았다고 한다.
어떻게 오합지졸 민병대가 영국정예군을 이길 수가 있었을까.
영국군은 총과 사격술에 있어 미국농민들을 따라오지 못했다. 영국군의 사격술은 영화에서 자주 본것처럼 수십명씩 어깨를 맞대고 늘어서서 막연히 적의 방향으로 한꺼번에 쏘아대는 방법이다. 그러나 미국민병대는 전혀 달랐다. 이들은 총으로 새를 잡아 식량을 만들었기 때문에 사격술이 뛰어났고 기다란 총신에 흠이 파진 라이플 총을 가지고 다녔다. 성능면에서 영국군의 머스켓 총은 민병대의 것과 비교가 되지 못했다. 민병대의 뛰어난 사격술은 독립전쟁에서 영국군에게 공포의 대상이었다.
총은 미국개척자들에게 있어 무기가 아니라 생활도구나 마찬가지 였다. 일하다가 언제 인디언의 기습을 받을지도 모르고 맹수의 공격에 항상 대비하고 있어야 했다. 지금도 유타 몰몬박물관에 가면 여성들이 밭을 갈면서도 옆에 총을 놓아둔 그림을 볼 수 있다. ‘좋은 말과 좋은 총은 행복의 조건’이라는 표현은 서부시절 카우보이 노래에도 자주 등장한다.
그러나 미국인들이 결정적으로 실수한 것은 총기소유 권리를 종교자유나 언론자유처럼 생각하여 ‘권리장전’에 끼워넣은 사실이다. ‘권리장전’이란 당시 채택된 수정헌법 10개조항으로 국민의 기본자유를 명시한 것이며 ‘건국의 아버지’로 불리는 55명의 각주대표들이 만든 헌법이 불충분하다하여 후일 헌법수정조항을 추가로 제정한 것이다. 그중 제1항인 종교의 자유와 언론자유는 헌법을 개정해서도 고칠수 없도록 못박아 놓았다. 미국에서 각 인권단체들이 총기반대 운동을 줄기차게 펼쳐도 효과가 없는 것은 총기소유 자유가 권리장전에 명시되어 있기 때문이다.
“규율있는 민병은 국가의 안전을 위해 필요하므로 국민이 무기를 보관하거나 휴대할 권리를 침해 해서는 안된다”
이것이 수정헌법 제2조 전문이다. 이 조항때문에 얼마나 많은 무고한 생명이 희생되고 있는지 ‘건국의 아버지’들은 200여년후를 내다보지 못한 셈이다. 흑인노예제도와 함께 총기소유자유는 미국탄생이 안고있는 비극의 씨앗이다.
이철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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