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면서 때로는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주위의 도움이 절실할 때가 있다. 특히 체력이 약한 나는 아이를 낳고 키우는 과정에서 답답하고 아쉬울 때가 많아 "엄마가 가까이 계셨더라면 나도 숨돌릴 여유가 있을텐데..."하는 생각을 수 없이 하며 지냈다. 때문에 가까이에서 아이를 돌봐주는 식구가 있는 친구나 이웃을 보면 샘이 날 정도로 부럽기만 했다.
"나도 아이를 단 몇 시간만이라도 맡겨 놓고 재미있는 영화를 보거나 여유롭게 쇼핑도 하고 맛있는 음식을 즐기며 식사도 할 수 있으련만..." 이런 투정어린 불만을 키우며 아이와 씨름하며 지내던 중 하루는 남편이 아이를 봐 줄테니 혼자 바람이라도 쐬고 오라며 특별외출을 허락한 적이 있었다. 들뜬 마음으로 집을 나섰지만 결과는 예상과는 전혀 다르게 아이걱정으로 편한 시간을 가지지 못했었다. 쇼핑도 대충대충, 친구들과의 외식도 무슨 맛으로 먹었는지 모른 채 집으로의 발길을 재촉했었다.
그날 집에 돌아와 남편에게 외출에서 느꼈던 점을 이야기 했더니 "그래, 힘들더라도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은 도움을 생각하며 마음을 상하지 말아. 또 채울 수 없는 부분에 자꾸 연연해하면서 다른 사람과 비교하다 보면 자기 자신만 힘들어지는 거야. 대신에 우리에겐 피붙이 이상으로 우리 가족에게 사랑과 관심을 가져주는 아름다운 이웃들이 누구보다 많이 있다는 사실을 생각한다면 삶의 활력소가 될거야."라는 말로 나를 위로했었다.
남편의 그 한마디는 정말 내가 잊고 살았던 주변의 좋은 이웃들을 다시 돌아보게 만들었고 그들에 대한 고마움과 소중함을 새록새록 느낄 수 있도록 했다. 결혼에서 지금까지 4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는 동안 주변에 아름다운 이웃들이 없었다면 나의 미국생활과 결혼생활은 지금보다는 덜 활기차고 웃음도 적은 생활이지 않았을까 싶다. 특히 샌프란시스코 성당의 교우들이 보여주고 있는 관심과 애정은 정말 필설로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큰 언니뻘인 엘리사, 클라라, 다니엘라 언니 등 성가대 단원들의 사랑을 필두로, 사비나 할머니와 김송자 율리안나 할머니의 미르솔에 대한 사랑, 그리고 무엇보다도 엘리스네 가족과 데이빗 가족의 한결같은 사랑은 앞으로 살아가며 두고 두고 갚아 나가야 하는 빚이다. 그 외에도 내가 직장 생활하는 동안 미르솔을 맡겼었던 에덴유아원의 김희숙 원장님의 보살핌과 사랑도 나와 우리 가족에게는 커다란 은혜로 자리잡고 있다. 또 유아원을 통해 만난 지호 엄마, 승원이 엄마, 한샘이 엄마는 인생의 선배나 친구로서 많은 도움과 함께 배움을 얻는 아름다운 이웃들이다.
이들은 우리 부부를 자식이나 형제자매처럼, 미르솔을 손주처럼, 조카처럼 예뻐해 주시며 인간세상에서의 더불어 살기를 실천으로 보여주고 있는 이웃들이다. 남편은 "이 세상은 홀로 선 이들이 더불어 사는 곳"이라고 했다.
나는 거기에 덧붙여 "이 세상은 홀로 선 이들이 ‘사랑으로’ 더불어 사는 곳"이라고 말하고 싶다. 이 세상은 바로 이렇게 ‘사랑으로 더불어 살려는 아름다운 이웃들’에 의해 완성되는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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